메르켈에 밀렸던 메르츠, 獨총리 유력…'우클릭' 트럼프 닮은꼴

2009년 정계 은퇴 후 변호사·로비스트 활동…메르켈 은퇴 맞춰 복귀
보수 성향 시장자유주의자…단호함·대담성이 특징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 ⓒ AFP=뉴스1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중도 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제1당에 오르며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69)가 차기 총리로 거의 확실해졌다. 키 198㎝의 장신인 메르츠는 시장 자유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민 문제 등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잘 맞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메르츠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년 후인 1955년 독일 북서부의 시골 산악 지역인 자우어란트에서 태어났다.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그다지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고 일찍부터 흡연과 음주를 일삼아 징계를 자주 받았다. 하지만 이런 반항적인 성향에도 그는 고향의 뿌리 깊은 보수적 문화에 영향을 받아 고등학교 재학 중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에 당원으로 가입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메르츠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해인 1989년 30대 초반에 유럽의회 보수당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5년 후인 1994년 독일 연방의회 의원에 당선된 그는 유럽연합(EU)으로의 통합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기민당의 당수 볼프강 쇼이블레와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켰다. 쇼이블레의 지도 아래 메르츠는 위상이 높아졌고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 오랜 경쟁을 벌였으나 2002년 중도 성향의 앙겔라 메르켈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하면서 그의 부상은 끝이 났다.

2009년 정계에서 물러난 뒤엔 변호사와 로비스트로 일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 독일 법인을 포함한 많은 기업 이사회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16년간이나 총리를 지낸 메르켈이 은퇴를 준비하면서 2018년 드디어 메르츠는 정계로 돌아왔다. 2021년 의회에 다시 입성하고 2022년 기민당 당수가 된 그는 독일 극우당의 부상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재기한 그의 정치 역정도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당 대표로서 그는 2023년 9월에 난민들이 납세자의 비용으로 치아를 다시 치료받지만, 일반 독일 환자들은 예약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등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상당한 부자면서도 자신은 중산층의 평범한 일원일 뿐이라고 주장해 일부 독일인들로부터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성공한 사업가 배경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이지만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독일의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요소가 됐다. 그는 메르켈 하에서 좌측으로 갔던 무게추를 오른쪽으로 옮기면서 기민당을 좀 더 보수화했는데 이처럼 보수적인 면모와 북미와 유럽의 가까운 동맹을 주장하는 '대서양 횡단주의자'(trans-Atlanticist) 성향은 올라프 숄츠 현 총리보다 훨씬 트럼프와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르츠는 또한 유럽이 스스로 국방을 책임져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다만 다소 어색해지더라도 단호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외로 트럼프와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보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관련 러시아 편들기 발언과 JD 밴스 부통령의 극우 정당 옹호 발언에 강력하게 반발했던 데서 이를 예상해 볼 수 있다. NYT는 "분석가들은 대담함을 메르츠의 특징으로 든다"면서 그의 이 대담함 속에는 독일이 유럽 및 세계 문제에 더 강력하게 관여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어있다고 평했다.

선거에서 승리가 확실해지자 메르츠는 "역사적인 선거 저녁"이라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경제 정책, 이민자, 안보에 초점을 맞춘 '매우 힘든' 선거운동을 벌였던 것을 회고하며 앞으로도 이런 도전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국익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정부 구성에 자신감을 표하며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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