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현시내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 2006년 군부 쿠데타로 퇴출당했던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지난해 집권하게 되면서 가지고 나온 슬로건은 '소프트파워'다. 2023년 총선 때부터 대표 공약으로 소프트파워 육성 정책을 내세웠던 패통탄은 그해 10월에 구성된 국가소프트파워개발위원회의 위원장이 된다.
지난해 4월에는 태국창조문화진흥원(THACCA) 조직 계획을 발표하는데, 이 조직의 기본 정책이 바로 탁신 전 총리의 대표 가치창조경제 정책이자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었던 OTOP(One Tambon One Produc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OFOS(One Family One Softpower)이다. 이를 통해 4년 안에 기술직 2천만 명 양성, 2천만 개 일자리 창출, 연간 가구소득 최소 20만 밧(약 860만 원)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한다. 지난해 8월 세타 타위신 해임 이후 총리로 등극한 패통탄은 소프트파워를 전면에 앞세우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최근 화두로 등장한 소프트파워 강화 정책을 패통탄이 신정부의 기조로 앞세운 것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소프트파워'가 친나왓 정권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전방위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패통탄의 소프트파워 정치에 대한 접근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첫째로는 바로 그가 태국 정치상 첫 번째 총리였던 고모 잉락 친나왓을 이은 두 번째 여성 총리라는 점이다. 패통탄은 남성 중심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동력이 여성의 소프트파워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둘째로는 소프트파워라는 연성권력이 기존의 군부 중심적, 가부장제적, 권위주의적 태국 정치와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 정권이 군부와의 공조를 통해 탄생했고, 탁신과 군부 간의 밀실거래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군부의 하드파워에 대항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프트파워 강화 정책 추진을 통해 태국의 경제위기를 타파하는 신세대 CEO 총리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다. 아버지 탁신의 대표 정책이었던 OTOP을 계승하는 듯한 OFOS 정책 추진하면서도 차별성을 강조하는 데에서 이러한 의도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패통탄은 자신만의 소프트파워 정치로 태국의 정치 혼란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패통탄이 취임한 지 약 2주 만에 진행된 패통탄 정권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는 이 정권에 대한 태국 시민들의 우려를 잘 보여준다. 패통탄 정권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다는 응답자가 35.42%, 아예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22.52%로 총 58%가 취임 초기부터 매우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패통탄 정권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로 응답자의 36.03%가 현 정권이 내세운 정책이나 기존의 공약이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 패통탄의 나이와 경험 부족(32.14%), 세 번째로는 총리와 프아타이당, 그리고 정부에 대한 탁신의 지나친 영향력(32.14%)이 낮은 신뢰도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러한 결과가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건 취임한 지 6개월 남짓한 패통탄 정권이 계속되는 태국의 정치적, 경제적 혼란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패통탄은 '소프트파워' 정치로 돌파하려고 하는데, 과연 이 전략이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0월 한-태 정상회담에서 패통탄은 소프트파워 강국인 한국과 문화 분야 교류 협력도 더욱 강화하기를 희망했다고 했다. 만약 패통탄의 소프트파워 정치가 실패한다면, 한국과의 문화 분야 교류 협력에 대한 의지도 축소될 것이다. 이미 한국 법무부의 태국인 입국 거부 문제와 국내 태국인 체류자에 대한 차별과 학대로 태국에서는 반한감정의 증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태국 내 혼란과 위기뿐만이 아니라 한-태 관계의 상호호혜적 발전 및 강화를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도 패통탄 총리의 소프트파워 정치는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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