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다음 시즌 V리그에서 뛸 아시아쿼터 외국인선수 중 '새로운 얼굴'은 단 4명뿐이다. 이미 기량이 검증된 '구관'을 뽑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은 마땅한 선수를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의 선택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2025 KOVO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남녀 14개팀이 각 한 명씩의 외인을 뽑았는데, 새롭게 V리그에 발을 들이는 '신입'은 남녀 각각 2명뿐이다. 남자부는 알시딥 싱 도산(삼성화재)과 매히 젤베 가지아니(OK저축은행), 여자부는 알리사 킨젤라(IBK기업은행)와 자스티스 야구치(현대건설)가 V리그에 데뷔한다.
나머지 10명은 기존 팀과 재계약했거나 이미 한국 무대에서 뛰었다가 '재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재계약과 재취업이 각각 5명씩이다.
남자부는 모하메드 야쿱(KB손해보험), 이가 료헤이(대한항공), 알리 하그파라스트(우리카드)가 재계약을, 바야르사이한(현대캐피탈, 전 OK저축은행)과 에디 자르가차(한국전력, 전 삼성화재)가 재취업했다.
여자부는 타나차 쑥솟(한국도로공사)과 아닐리스 피치(흥국생명)가 재계약했고, 스테파니 와일러(페퍼저축은행, 전 GS칼텍스), 레이나 토코쿠(GS칼텍스, 전 흥국생명), 위파위 시통(정관장, 전 현대건설)이 재취업한 선수들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번 드래프트에선 이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지명할 마땅한 선수가 없어 선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자부의 경우 드래프트 신청 선수가 41명으로 남자부(96명)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선택지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장위 등 중국 선수들이 올해 열리는 중국 전국체전으로 해외 진출에 제약을 받은 것이 컸고, 다른 선수들의 기량은 시원치 않았다.
결국 그나마 한국 무대 경험이 있고 기량도 어느 정도 검증된 선택을 했다. 페퍼저축은행(와일러)과 정관장(위파위)의 경우 지난 시즌 도중 큰 부상을 당했다는 리스크를 안은 선택이기도 하다. 순수 기량만 봤을 때 이들을 넘을만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부는 '이란 리스크'가 결정타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 협상 제안을 거부하는 이란에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선언하면서, 선수에게 임금 지급을 위한 송금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등 일부 팀의 경우 모기업과 미국의 관계를 고려해 '이란 선수 지명 금지' 지침이 정해지기도 했다.
이에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쏠쏠한 활약을 펼친 알리 파즐리와 재계약 하지 않았고, 현대캐피탈, 공기업인 한국전력 등도 같은 선택을 했다.
45명에 달하는 이란 선수들을 제쳐놓으면 결국 여자부의 신청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중국 선수들의 불참으로 풀이 좁아졌는데 선택지가 더 축소된 것이다.

이 리스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우리카드와 OK저축은행이 사실상 가장 만족스러운 드래프트였다는 평가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활약한 알리 하그파라스트(이란)와 재계약했고, OK저축은행은 가장 후순위 지명권을 얻고도 눈여겨봤던 208㎝의 장신 매히 젤베 가지아니(이란)를 영입했다.
'실질적 1순위'로 한국에서 뛴 경험이 있는 바야르사이한을 뽑은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은 "특별히 매력적인 선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고,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도 "이란 리스크가 있어 선택의 폭이 좁았다"고 했다.
권영민 한전 감독 역시 "이란 선수 중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지만, 결국 회사의 결정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각 팀은 시즌 중 부상과 부진 등으로 외인 선수를 교체할 때도 이번 드래프트에 참여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만 해야 한다. 변수가 발생한다면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자유계약 논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여러 변수와 제한이 많은 가운데, 만족할 기량의 선수를 데려오려면 자유계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김호철 기업은행 감독도 "아시아쿼터만이라도 기량 향상의 측면에선 자유계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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