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가 지독했던 '마스터스 징크스'를 끊고 마침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매킬로이는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남자 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000만 달러)에서 1오버파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동타를 이뤄 돌입한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이 우승으로 매킬로이는 US 오픈(2011년), PGA 챔피언십(2012년, 2014년), 디오픈 챔피언십(2014년)에 이어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진 사라젠,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은 역대 6번째 쾌거다.
이 대회 전까지 커리어 통산 43승,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8승에 PGA투어 통산 상금 1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남부러울 게 없었던 매킬로이지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만 22세의 어린 나이에 US 오픈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고, 3년 후인 지난 2014년에 PGA 챔피언십과 디 오픈 챔피언십까지 달성했다. 만 24세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타이거 우즈(미국)를 넘을 수는 없어도, '20대 그랜드슬래머'가 될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3번째 메이저 우승 후 그랜드슬램을 확정하는 데까지 무려 11년이 걸렸다. 특별한 슬럼프나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좀처럼 제패하지 못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과의 궁합이 안 맞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으로 마스터스에서 '톱10'을 기록했고, 이 중 2번은 5위 이내의 성적이었다.
2020년에도 공동 5위를 기록했고, 2022년엔 스코티 셰플러(미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매년 마스터스가 시작될 때면 매킬로이의 그랜드슬램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였지만, 매킬로이는 10번의 도전에서 모두 좌절했다. 해가 거듭할 수록 이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매킬로이는 PGA투어에서 차지한 우승 대다수가 5월 이후일 정도로 시즌 초반 페이스가 더딘 '슬로 스타터'인데, 올해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그는 2월 열린 AT&T 페블 비치 프로암에서 우승했고, 3월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도 제패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시작하기 전 이미 2승을 챙겼다.
자연스럽게 마스터스를 앞두곤 매킬로이의 우승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그럼에도 셰플러의 우승 확률이 더 크게 점쳐졌다. 셰플러가 2022년과 2024년 마스터스 우승자였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매킬로이는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섰다. 드디어 마스터스 우승과 그랜드슬램이 보이는듯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마스터스 징크스'는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 시작인 1번홀(파4)부터 더블보기를 범했고, 이후 마음을 다잡았으나 13번홀(파5)에서 다시 더블보기가 나왔다. 14번홀(파4) 보기로 한때 2위로 하락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경쟁자 로즈가 이미 경기를 마친 상태였기에, 매킬로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매킬로이는 15번홀(파5)과 17번홀(파4) 버디로 다시 단독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이것도 잠시,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18번홀(파4)에서 통한의 보기가 나왔고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이번엔 승리의 여신이 매킬로이에게 웃음지었다. 연장 첫 홀인 18번홀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고, 세컨드샷을 완벽하게 붙여놓으며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을 확정한 그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이내 그린에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린 순간이기에 감동은 더 컸다.
매킬로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말 기분이 좋다"면서 "이번이 17번째 마스터스 출전인데, 내 차례가 올까 싶었다"면서 "이제는 마스터스 챔피언이라고 부를 수 있게 돼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마지막 라운드 첫 홀에서 기록한 더블보기는 오히려 '약'이 됐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오늘 경기에 나가기 전 정말 많이 긴장했다"면서 "1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진정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엔 억눌렸던 감정이 솟구쳐 나왔다. 아쉽게 우승 못했던 그 순간은 사실 가치 있는 것이었고, 오늘의 우승으로 모두 보상받았다"고 기뻐했다.
그는 "북아일랜드에 계신 부모님께 인사하고 싶다.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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