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여자 피겨 간판 김채연(수리고)이 처음 출전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딴 뒤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한 뒤 "준비한 것을 다 해내 후련한 마음이 가장 크다"면서 웃었다.
김채연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TES) 79.07점, 예술점수(PCS) 68.49점, 총점 147.56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TES 39.82점, PCS 32.06점, 총점 71.88점을 획득했던 김채연은 최종 219.44점을 기록한 뒤 전날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던 사카모토 가오리(일본)의 마지막 연기를 기다렸다.
사카모토는 우승 후보 0순위였는데, 후반부 트리플 플립 도중 넘어지는 실수가 나와 총점 211.09점에 그쳤고 김채연이 극적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채연은 첫 출전한 종합대회에서 곧바로 정상에 오르는 최고의 성과를 냈다. 또한 쇼트프로그램(종전 71.39점)과 프리스케이팅(종전 139.45점) 모두 개인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김채연은 연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다 TV화면으로 사카모토의 점수를 확인하고 자신의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음을 인지했다.
극적인 역전극이었는데 정작 김채연은 살짝 미소를 짓는 게 전부였다. 제자리에서 껑충 뛴 최형경 코치의 리액션이 오히려 더 컸다.
평소 차분한 성격과 경기력이 장점인 그는 그 이유를 묻자 "차분해서라기보다는 금메달을 땄다는 게 안 믿기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당연히 금메달을 따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기에 행복하다. 준비했던 요소들을 하나하나 깔끔하게 성공해서 기분 좋다"며 밝게 웃었다.
세계 랭킹 1위 사카모토를 제친 것에 대해선 "상대가 잘하는 선수지만 한 번쯤은 이겨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 일궈 더욱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겨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게 결과로 이어졌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번 금메달로 김채연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김연아,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최다빈의 뒤를 이어 한국 여자 피겨 종합대회 금빛 계보를 이어받았다. 기대주를 넘어 명실상부 에이스임을 증명한 셈이다.
이제 김채연은 1년 뒤 열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도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됐다.
김채연은 "이번 대회를 올림픽의 예행연습 삼았다. 잘 치렀으니 좋은 기운을 받았으면 싶다. 이 상승세를 이어 올림픽에 꼭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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