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뉴스1) 안영준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이승훈(37·알펜시아)이 동계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역대 최다 메달 신기록을 쓴 날, 이나현(20·한국체대)이라는 새로운 별도 탄생했다. 이제 막 빛을 발하기 시작한 샛별은 곧바로 "훗날 이승훈 오빠처럼 최다 메달을 걸겠다"는 큰 포부를 밝혔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11일 값진 수확을 거뒀다.
우선 이승훈이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서 정재원(의정부시청), 박상언(한국체대)과 함께 3분47초99을 기록,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미 2011 아스티나·알마티 대회에서 4개, 2017 삿포로 대회에서 4개의 메달을 획득했던 이승훈은 개인통산 9번째 메달을 손에 넣었다. 이는 쇼트트랙 김동성을 넘어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에 해당한다.
이미 전설적인 선수지만 이승훈은 진짜 레전드 반열에 올라섰다.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메달'은 그 누구보다 '꾸준히 잘했던' 스스로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

같은 날 이승훈보다 '17살 어린' 또 다른 한 선수는, 훗날 완성될 새 역사를 위한 멋진 첫 페이지를 완성했다. 주인공은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나현이다.
이나현은 스피드스케이팅 100m 금메달, 팀 스프린트 금메달, 500m 동메달에 이어 마지막 출전 종목 1000m 동메달까지 총 4개의 메달을 챙겼다. '빙속 여제' 이상화를 이을 유망주 중 하나로 꼽혔던 이나현은 이번 대회 성과를 통해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미래를 책임질 새 간판으로 떠올랐다.
이나현은 "진짜로 다 딴 건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얼떨떨해하면서도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져 뿌듯하다"며 밝은 소감을 전했다.
이나현이 이번 대회에서 딴 메달 4개는 14년 전 이승훈이 자신의 첫 출전 아시안게임에서 땄던 메달 개수와 동일하다. 그때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 전설의 시작이었다. 이나현의 이번 대회 성과도 또 다른 새 역사의 시작일 수 있다.
이나현은 "9개의 메달을 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기록을 생각하면서 또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레전드 반열에 오른 이승훈은 "새 기록을 달성할 수 있어 영광스럽고 행복하다"면서 "후배들이 이 기록을 빨리 또 깨주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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