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커리어 중 최초로 프로농구 정규리그 국내선수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서울 SK 포워드 안영준(30)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침착하게 수상 소감을 이어가던 안영준은 딸의 얘기가 나오자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안영준은 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4-25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국내선수 MVP를 차지했다. 111표 중 89표를 받아 팀 선배 김선형(19표)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안영준은 트로피와 함께 부상으로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이에 더해 베스트5에도 선정됐다.
행사 후 취재진과 마주한 안영준은 "7년 전 신인왕을 받으면서 '다음에는 MVP를 받고 싶다'고 말했었다. 어릴 때라 패기 있게 말했는데 크다 보니 쉽지 않더라"며 "그래도 매년 발전하다 보니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2023년 11월 전역 후 안정적인 페이스를 찾은 안영준은 이번 시즌 순도 높은 활약으로 팀의 정규리그 1위에 앞장섰다. 52경기 평균 14.21점 2.65어시스트 5.87리바운드로 돋보였다.
그러나 MVP 수상을 장담할 수 없었다. 김선형이라는 산을 넘어야 했다. 김선형은 30대 후반임에도 코트에서 전광석화와 같은 빠른 속공 전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김선형이 세 번째 정규 MVP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수상자는 안영준이었다. 생각보다 표 차이도 컸다. 수상자 발표 직후 김선형은 안영준을 끌어안으며 축하를 건넸다.
안영준은 이에 대해 "우승 후 MVP 구도가 나와 (김)선형이형의 이파전으로 좁혀지면서 많은 인터뷰를 했는데, 서로의 단점을 묻는 말도 있었다.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 탓에 선형이형과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행사장에 오면서 선형이형이 미리 축하한다고 해주시더라. 고맙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안영준은 장신 포워드로 외국인 수비가 가능하며 가드부터 센터까지 커버할 수 있는 많은 활동량과 힘을 갖고 있다. 공격에서는 돌파와 슛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SK 전희철 감독은 안영준에 대해 "팀에서 필요로 하는 어떤 위치도 소화할 수 있고, 팀 케미스트리도 해치지 않는 좋은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안영준은 "나 같이 수비와 공격을 같이 하는 선수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다. 둘 다 잘하는 게 힘든데 그런 부분이 내 장점"이라며 "나처럼 화려하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선수도 MVP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그는 "솔직히 FA 신분이라는 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시즌 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안영준에게는 2021년생 딸이 있다. 이제 제법 말을 할 줄 아는 딸은 아빠가 농구선수라는 것도 어렴풋이 안다. 아빠가 코트에서 팬들에게 환호받을 때는 약간의 질투를 할 만큼 컸다.
안영준은 "딸은 내가 경기장에서 주목받는 것을 보고 아빠에 대해 더 집착하는 것도 있었다"며 "딸이 커 갈수록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코트에서도 더 잘해야 한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돼서 딸에게 인정받는, 멋있는 아빠로 남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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