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이상철 기자 = LG 트윈스 '15년 차' 투수 임찬규(33)는 감격스러운 데뷔 첫 완봉승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자기 루틴에 따라 차분하게 다음 등판을 준비했고, 이번에도 역투를 펼쳐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임찬규는 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7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기록, LG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시즌 2승째.
전날 KT에 5-9로 패하며 개막 8연승이 무산된 LG는 이날 설욕에 성공, 8승 1패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임찬규는 지난달 26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9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2011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임찬규의 데뷔 첫 완봉승이었다.
프로야구에서 완봉승을 달성한 투수는 온 힘을 쏟은 탓에 다음 등판에서 부진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우려 속에 임찬규는 8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는데, 변함없는 호투를 펼쳤다. 껄끄러운 KT 타선을 상대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단 한 점만 내줬다.
이날 임찬규의 투구는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는 제구와 95~144㎞로 구속 차가 큰 완급조절이 일품이었다. 아울러 노련한 볼배합으로 KT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경기 후 임찬규는 "지난 경기 완봉승을 의식하지 않고 평소처럼 준비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어제 KT에 졌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는 내가 상대 에이스(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맞대결을 펼쳤다"며 "투구 수가 많더라고 최소 실점으로 막고자 했다. 야수들의 도와준 덕분에 잘 던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5회까지 76구를 던진 임찬규는 6회에도 마운드를 지켰지만, 이닝을 마치진 못했다.
그는 장성우를 삼진, 황재균을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듯 보였지만 천성호에게 안타를 맞은 뒤 문상철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투구 수는 96개가 됐고, LG 벤치는 곧바로 투수를 김진성으로 교체했다.
임찬규는 이에 대해 "문상철 타자와 대결이 마지막이었다. 2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내 결정구였는데 볼이 됐다. 여러 생각이 들면서 결국 볼넷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껏 투수를 바꿔 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어도 더 던지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웃은 뒤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승리다. 그런 상황에서는 나보다 더 좋은 투수가 나오는 게 맞다. 다행히 (김)진성이형이 잘 막아줬다"고 말했다.

안타와 볼넷을 많이 내주고도 잘 버틸 수 있던 원동력에 대해서는 타이밍 싸움이었다고 했다.
임찬규는 "KT는 베테랑 타자들이 많다. 10년 가까이 상대하는 타자들인데 상대하는 게 정말 어렵다. 공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던져야 한다"며 "안타를 많이 맞았어도 결정적 상황마다 타격 타이밍을 뺏으려 했다. ABS의 스트라이크존이 우측으로 살짝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를 신경 쓰며 던졌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임찬규는 호투를 도와준 야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나는 야수의 수비 도움을 많이 받는 투수"라며 "(박)동원이형, (오)지환이형, (박)해민이형은 물론 모든 수비수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병살 처리를 해주는데, 큰 힘이 된다. 그 덕분에 더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 난 우리 수비수들을 믿고 공을 던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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