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팀 창단 후 최다 기록인 개막 7연승을 달린 데에는 '안방마님' 박동원(35)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포수로서 안정적이면서 때론 과감한 리드로 투수들의 호투를 이끌었고, 타자로서 날카로운 스윙으로 막강한 타선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박동원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에 손사래를 치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동원은 "투수들은 공을 잘 던지고, 야수들도 군더더기 없는 수비를 펼쳐 거의 완벽한 경기를 하고 있다"며 "동료들이 워낙 잘하니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투수에게 사인할 때는 '안타를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없다. 투수와 야수를 믿고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밝혔다.
LG가 시즌 초반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단단한 방패' 효과가 크다. 팀 평균자책점은 1.86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짠물 투구를 펼치는 중이다. 7경기 동안 13점만 내줬고, 한 경기 최다 실점도 4점에 그쳤다.
수비 역시 단 2개의 실책만 범하는 등 철벽을 자랑한다. 야수는 승부처마다 호수비를 펼치며 실점을 막고, 상대의 기세를 끊었다.
박동원은 "LG가 올 시즌 초반 잘하는 데에는 수비가 컸다. 야구는 흐름 싸움인데, 상대가 쫓아오려 할 때마다 좋은 수비가 나왔다"며 "(박)해민이형은 환상적인 수비로 팀을 구했고, 내야수도 많은 더블 플레이를 처리하며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LG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는 배경에는 탄탄한 선발진이 있다. 요니 치리노스, 손주영,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임찬규, 송승기 등 5명은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최소 실점으로 버텼다.
염경엽 감독은 가장 안정감 있는 선발진이라고 극찬했는데, 포수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박동원은 "솔직히 선발 투수들이 이렇게 잘 던질 줄 몰랐다. 등판 당일 경기에 앞서 불펜에서 몸을 푸는데 다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며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니까 선발 투수가 중요한 순간마다 요구한 코스로 정확하게 공을 잘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선발 투수의 한 경기 투구 수가 100개라면, 100개를 다 완벽하게 던질 수 없다. 실투도 나오기 마련인데 우리에겐 행운도 따랐다. 공이 가운데로 몰릴 때는 다행히 상대 타자들이 타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최상의 배터리 호흡을 맞추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박동원은 투수들이 선호하는 투구와 강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수 리드를 했다.

투수는 포수가 리드한 대로 공을 던지면 아웃 카운트는 빠르게 늘어났다. 박동원은 "개인적으로 투수가 포수의 사인을 거부해 시간이 지연될 때는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 투수들은 저를 믿고 망설이지 않으며 공을 던진다. 그런 호흡이 좋기 때문에 좋은 투구가 나올 수도 있었다"고 했다.
때로는 투수도 놀라게 하는 역발상을 주문한다. 박동원은 "(임)찬규가 완봉승을 거둔 한화 이글스전에서 한 번 당황한 적 있다. 변화구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제가 직구 사인을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심하지 말고 그렇게 사인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던져 봐'라고 했다. 찬규가 내 리드대로 직구를 던져서 타자를 잘 처리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야구는 실점을 적게 할수록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투수와 포수의 최우선 목표도 최소 실점으로 막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LG는 경기를 손쉽게 술술 풀어가고 있다.
박동원은 "그동안 실점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내가 리드를 잘 못해서 점수를 허용한 것 같아 자책했다"며 "그런데 올 시즌 초반에는 동료들이 잘해주니까 정말 편하게 경기하고 있다. 야구하는 즐거움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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