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해인 신윤하 김종훈 기자 =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날인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은 지지자들과 탄핵 찬성 시민단체들이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재판 시작 2시간 전인 8시 무렵부터 서울중앙지법 동문 앞에 몰려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중앙지법에 7개 부대, 사저 근처 회생법원 쪽에 6개 부대 등 총 13개 부대가 배치됐다. 중앙지법 입구엔 '11일 금요일 오후 8시부터 14일 월요일 밤 12시까지 진입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붙었다.
지지자들은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각각 '(윤 어게인)YOON AGAIN'이라 적힌 손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중앙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중앙지법 100m 이내에 신고된 4월 집회들에 대해 제한 통고를 내렸지만 1인 시위를 통해 사실상의 집회를 진행한 것이다.
지지자들은 오전 9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해 온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측이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빨갱이들이네" 외치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이들은 비상행동이 기자회견을 여는 곳 옆에서 "짱깨(중국인을 비하하는 말) 북괴 빨갱이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고 외쳤다.
비상행동은 "법원은 내란수괴 윤석열 직권으로 재구속하라, 지귀연은 즉각 사퇴하라,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윤복남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윤 전 대통령이 헌법 수호 책무를 져버리고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고성을 지르며 기자회견을 방해하자 기동대 경력이 주변에 인간 띠를 만들어 비상행동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를 분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9시 46분쯤 서초동 사저 '아크로비스타'에서 검은색 차량을 타고 출발해 9시 47분쯤 500m 떨어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윤 어게인' 피켓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윤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중앙지법 동문 앞은 경찰과 취재진, 15명 가량의 지지자들이 섞여 혼잡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여성 1명은 오전 9시 50분쯤부터 법원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은 두 손으로 태극기를 쥐고 기도를 이어나갔다. 근처를 지나던 지지자들이 이 여성에게 우산을 씌워주기도 했다.
경찰이 지지자들을 향해 법원 길 건너편으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들은 "왜 좌파들은 놔두고 우리들한테만 뭐라고 하냐", "닥쳐. 우리가 세금 내는데 왜 입맛에 맞춰줘야 하냐"면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날 오전 재판이 끝나고 오후 12시 2분쯤 윤 전 대통령이 차량을 타고 중앙지법 동문을 나서자, 한 노년의 지지자 A 씨가 태극기를 들고 법원에 들어가려 하다 법원 방호관들에 의해 강제 퇴거당했다. A 씨는 "한국에서 태극기 들고 (법원에) 못 들어간다는 것은 이해 못한다"고 푸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진행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형사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공판은 오후 6시 20분 종료됐다.
오후 재판이 시작된 뒤 해산했던 지지자들은 오후 6시쯤부터 우비를 입은 채로 다시 모여들었다. 재판이 끝나고 4분 뒤 윤 전 대통령이 탄 검은색 차량과 경호차량들이 법원 동문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며 배웅했다.
윤 전 대통령의 차량이 동문 밖으로 빠져나와 사저인 아크로비스타 인근에 도착할 때까지 이 일대 교통 통제가 1분가량 이뤄졌다. 동문 앞 횡단보도 양 끝에는 윤 전 대통령이 나오기 전부터 바리케이트가 설치돼 시민들은 길을 건너지 못 하고 윤 전 대통령의 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대기해야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법원 앞을 지나가자 대부분의 지지자들은 곧바로 해산했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중앙지법 서관 앞에서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긴급 10만인 서명'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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