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진영 임여익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코 앞으로 다가온 3일 서울 안국역 일대에서는 탄핵 찬반 지지자들이 철야 집회를 대비하고 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안국역과 광화문 일대에서는 각각 탄핵 찬성과 반대 측 지지자들이 밤을 새우며 심판의 날을 맞이할 예정이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오전 8시부터 야8당 공동 기자회견 및 사전대회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오후 7시에 끝장대회를 열고 '끝장 철야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따뜻한 봄 날씨에 집회자들은 얇은 니트나 트레이닝복 등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이었으나 일부는 옆자리에 두꺼운 패딩을 개 두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온 김진철 씨(48)는 "오늘 아침 혼자서 왔다"며 "아직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일교차가 커서 핫팩 10개랑 보온병을 챙겼다"고 했다. 그는 커피믹스·사발면·주전자 버너·침낭 등 철야 준비물을 취재진에게 보여주었다.
친구 및 지인 15명과 철야 농성을 각오한 김지현 씨(27)는 미리 텐트 자리까지 잡아두었다. 김 씨는 "폭력 등 과격한 행위는 없어야 한다"면서도 "내일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광화문에 나와 의사 표현을 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오후 1시 20분 기준 송현공원 앞에는 텐트 10개가 쳐졌다. 농성 대비용 천막 10개도 나란히 설치됐다. 주최 측은 집회 인파를 살펴보며 천막을 추가로 칠 계획이다. 단 천막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착한 '적치물 철거 및 원상복구 안내문'이 나붙었다.
이날 철야 농성에 합류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1박 2일 날도 좋고 괜찮은 듯하다"며 "이 자리에서 내일 11시까지 힘차게 즐겁게 당당하게 싸워가자"고 외쳤다.
반면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서는 오후 1시부터 자유통일당 측 집회가 시작됐다. 이곳에는 약 400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집회장에 곳곳에는 은박지 담요가 뭉텅이로 쌓여 있는가 하면 태극기와 경량 패딩 등 집회 물품이 담긴 봇짐이 포착됐다. 국민대표 변호인단의 천막 쪽에는 요가 매트·강냉이 포대·돗자리 등이 아스팔트 위에 산처럼 쌓였다. 일부 봉사자들은 저녁부터 늘어날 인파에 대비해 스폰지 바닥 깔개 수십장을 비닐에 정리했다.

전국에서 모인 집회자들의 릴레이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 청년은 무대에 올라 "우리는 극우가 아니라 애국"이라며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힘껏 소리 질렀다.
대구에서 2시간가량 KTX를 타고 온 이 모 씨(65·여)는 캐리어를 끌고 집회장에 등장했다. 무엇이 들어 있냐고 묻자 그는 "밤에 입을 패딩이다"라고 설명했다.
'STOP THE STEAL'이 적힌 빨간 모자를 쓴 이 씨는 "무조건 대통령이 복귀하는 것이 목적이다"라며 "4일 오전 11시 결과가 날 때까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70대 박모 씨(여)는 둘째 딸이 사 준 간이 의자를 바퀴가 달린 백팩에 고이 담아 왔다. 그는 "첫째 딸은 (탄핵) 찬성이다. 그래서 말다툼이 있었다"고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철야까진 어렵겠지만 늦은 시간까지 있기 위해 얇은 조끼 패딩과 과일을 싸 왔다. 줄 서는 것이 싫어 직접 가져왔다"고 꺼내어 보였다.

탄핵 반대 측은 오후 8시부터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전 차로를 차지하고 철야 집회를 시작할 계획이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은 안국역에서 20여일째 철야 집회를 이어왔다.
한편 자유통일당을 이끄는 전광훈 목사는 앞서 헌재를 향해 "빨갱이들은 한칼에 날려야 한다. 이제 여러분과 제가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지지자들의 폭력을 부추기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집회 과열로 인한 충돌을 막기 위해 이날 을호비상을, 전국에 병호비상을 내렸다. 심판의 날인 4일에는 갑호비상 조치를 통해 전국에 338개 기동대를, 서울에는 210개 기동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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