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자기 조상 성묘하다 불낸 놈들 때문에 남의 조상 묘 훼손당했다."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부모님 산소 싹 타버렸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청송군 진보면인데 청송군 중에서도 제일 먼저 불붙어서 손쓸 방법도 없었다고 한다"라며 "본적이 청송이라 친인척들 묘 확인하러 주말에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송, 영덕 등 경북 순회만 하다가 주말 끝나겠다"며 사진 한 장을 공유했다.
사진에는 산불로 타버린 A 씨의 조부모 산소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잔디가 다 타버린 탓 봉분 내부가 보이기도 했다. 주변 역시 풀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앞서 지난 22일 오전 11시 55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야산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이날 마을 이장은 밭일을 하다 군청으로부터 "연기가 솟아오르는데 불난 곳이 없느냐"며 확인 좀 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주위를 둘러본 이장은 근처 야산 정상에서 연기가 나는 광경을 보고 달려갔다가 화재 상황을 최초로 목격했다.
당시 산 밑에는 성묘객이 타고 온 청색 외제 승용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고, 차 안에는 여성 한 명이 있었다. 이장이 차를 지나쳐 산 중턱쯤 올랐을 때, 성묘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딸과 함께 헐레벌떡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장이 자리를 피하려는 성묘객 무리를 붙잡고 "어디 가느냐"고 물었지만, 이들은 대답하지 않고 머뭇거리며 산불 현장에서 도망쳤다고. 이장은 곧장 뒤따라가 그들이 타고 온 차 번호판을 휴대전화로 찍어 증거를 남겨놨다.
경찰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성묘객 중 한 명이 직접 산불 신고를 했으며, 묘지 주변에서는 실화에 쓰인 라이터가 발견됐다.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은 나흘째 규모를 키우며 인근 안동시,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등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산불 진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성묘객을 상대로 정확한 실화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누리꾼들은 "불내고 튀려다가 잡힌 성묘객 XX들. 이번에 본보기로 엄벌했으면", "사진 보니 마음이 너무 안 좋다", "이거 막말로 고인들 두 번 죽이는 거 아니냐", "자기 조상 묘 옆에서도 불 피우는데 남의 조상 따위 알 바겠냐?", "묘지 이장해야 할 텐데 인근 산도 싹 다 타서 이장할 곳도 없을 듯", "이건 아니지. 진짜 억장 무너지겠다", "실화자한테 피해 보상 요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생각하니까 화난다"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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