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밖으로 나오지 않는 고립·은둔청소년 대다수가 친구 등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밖으로 나온 이후에도 40% 가까이는 재고립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25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0월 실시한 고립·은둔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9~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링크(URL, QR코드)를 통한 자기응답식으로 이뤄졌다. 전국 규모로는 첫 조사다.
1차 조사 결과 응답을 완료한 1만9160명 중 5484명이 고립 은둔 판별 대상자로 선정돼 2차(본조사) 대상이 됐으며 이 중 2139명이 최종 응답했다.
1차 조사에서 '방에서도 안 나온다'라고 응답한 초고위험군은 395명으로 응답자의 2.1%를 차지했다.
2차 조사에 응답한 2139명 중 고립·은둔 청소년 성별은 남자 29.9%, 여자 70.1%, 연령별로는 19~24세 50.4%, 13~18세 45.2%, 9~12세 4.5%의 분포로 나타났다. 또 72.3%가 18세 이하에 고립·은둔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최홍일 박사는 여성 고립·은둔 청소년이 더 많이 나타난 데 대해 "추후 자세한 원인을 밝힐 연구가 필요하다"며 "단정적으로 원인을 말하기는 어렵고, 여자 청소년보다 남자 청소년이 조사에 임하거나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걸 힘들어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립·은둔 이유로 친구 등 대인관계 어려움 65.5%, 공부·학업 관련 어려움 48.1%, 진로·직업 관련 어려움 36.8%, 가족 관련 어려움 34.3% 순으로 (복수) 응답했다. 19~24세의 경우 '진로·직업 관련 어려움' 비율이 47.2%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고립·은둔 기간은 2년 이상∼3년 미만이 17.1%로 가장 많았으며 1년 이상∼2년 미만 16.7%, 6개월 이상∼1년 미만 16.6%, 3년 이상 15.4% 순이다.

특히 40%에 가까운 청소년이 재고립·은둔을 경험했다. 재고립·은둔 이유는 '힘들고 지쳐서' 30.7%, '고립·은둔하게 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20.9%, '돈이나 시간 등이 부족해서' 17.4%로 주된 이유이었다. 그 밖에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는 데 효과가 없어서' 12.6%, '의논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9.0% 등 응답이 있었다.
고립·은둔 기간 동안 주로 한 활동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시청이 59.5%로 가장 많았다. 이들이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경우는 25.5%에 불과하며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절반이 넘는 56.7%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의 신체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48.9%, 정신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60.6%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됨'이 68.8%로 가장 높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음'이 63.1%,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가 있음'이 59.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었음'이 62.5%로 높게 나타났으며 19.4%가 '없었다', 18.1%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청소년의 고립·은둔생활에 대한 가족의 인식은 고립·은둔생활을 하는지 모르거나(29.6%), 고립·은둔생활을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거나(27.2%) 관심이 없는 경우(9.4%) 등 인식도가 낮은 경우가 66.2%를 차지했다.
청소년도 '스스로는 고립·은둔이라고 생각하지 않음'이 17.8%, '고립·은둔하고 있지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음'이 23.7%,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음'이 8.5%로 고립·은둔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약 50.0%를 차지했다.
최홍일 박사는 "꽤 많은 응답자가 점점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가 힘들어지는 단계에 가기 전까지는 본인이 고립·은둔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립된 상태에서는 외출도 하고, 학교도 가고 하니까 가족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녀와 가족이 고립 상태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고립·은둔 청소년의 정책적 지원을 위해 향후에도 주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민아 여가부 청소년정책과장은 "오늘 공표된 보건복지부 소관 위기 아동청년지원법에 따르면 고립 청소년 실태 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조사 연령이 중복되는 측면도 있어서 여가부가 청소년에 대한 조사를 별도로 진행할지, 아니면 폭넓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복지부의 조사와 함께 진행할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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