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먹는샘물 판매제도 시행 30년을 맞아 환경부가 국제 수준의 안전 기준과 지하수 보전 중심의 관리 체계로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다. 기후 위기 시대, 지하수 고갈 우려와 오염물질에 대한 불신, 소비자 정보 부재 등 복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다.
환경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먹는샘물 관리제도 개선 추진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인증제 도입과 지하수 측정 의무화, 유통 규제 강화, 업계 자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대 등 총망라한 종합 정비안이다.
신영수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먹는샘물 시장은 크게 성장했지만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3조 2000억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유해 물질 우려와 정보 부재, 지하수 고갈 등으로 불신이 누적된 상태"라고 규제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경부는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의 안전을 포괄하는 '먹는샘물 품질·안전 인증제도'를 도입한다. HACCP 기준에 ISO 22000을 반영해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하고, 2025년 제도안 마련, 2026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7년 본격 시행을 추진한다.
신 과장은 "그간 수질 기준 위주로만 관리돼 왔지만, 실제로는 생산·유통 전 과정에 통합적 품질관리체계가 부재했다"며 "업계 적응을 고려해 제도 시행 초기에는 자율 운영하되, 인증이 향후 수출이나 마케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게 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먹는샘물 유통의 안전성도 강화된다. 직사광선에 노출될 경우 아세트알데하이드 등 유해 물질이 용출될 수 있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보관기준이 '적정한 방법'이라는 모호한 표현에서 '차광 덮개 설치' 등 구체 기준으로 바뀐다. 벌금형 위주의 처벌 조항도 과태료 중심으로 바꿔 실효성을 높인다.
신 과장은 "그간 벌금형이 적용됐지만 현장에서 단속 자체가 어려워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며 "기준은 명확히 하고, 처벌은 현실적으로 조정해 현장 부담을 덜겠다"고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 과불화화합물(PFAS) 등 비규제 유해 물질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신 과장은 "국제적으로도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 기준은 논의 중이며, FTIR 방식 등 측정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조사·분석 역량을 확대하고, 향후 위해성 검토와 규제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규제도 손본다. 예컨대, 일반세균 항목은 원수 기준이 음용 제품보다 오히려 더 엄격하게 설정돼 있어 업계의 오랜 개선 요구가 있었다. 신 과장은 "국내 제조 과정은 살균 공정이 포함돼 있으므로, 원수와 제품의 기준을 동일하게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지하수 관리를 위한 조치도 담겼다. 샘물 개발 허가 전에는 양수시험을 강화하고, 취수량의 타당성을 전문가가 사전에 검토하도록 했다. 허가가 난 뒤에는 취수정 수위를 실시간 계측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취수를 제한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가 취수 허가를 제한하거나 반려할 수 있는 권한도 새로 명시된다.
정보도 확대 제공할 방침이다. 제품별 수질 정보, 위반 이력, 원수지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먹는샘물 통합 정보포털’을 2026년까지 구축한다. 국가지하수정보시스템(GIMS)과 연동해 실시간 자료 관리체계도 보완한다.
먹는샘물 산업의 ESG 확대도 지원한다. 질소충전, 무라벨 제품, 재생원료 사용 등이 업계 자율적으로 확산하도록 정기 간담회와 인증 연계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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