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난 2024년은 인류가 아닌 '지구의 역사'에 강한 이정표가 됐다. 최근 80만년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장 높았고,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한 첫 번째 해로 기록됐다.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은 '기후 취약계층'을 늘렸고, 그들의 생존을 더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9일(현지시간) '2024 세계 기후 현황'에서 "2024년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한 첫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5±0.13도 상승했다. 이는 지난 175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80만 년 중 가장 높았다.
최근 10년은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10년으로 기록됐다. 해양 열용량은 최근 8년 동안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했다.
북극 해빙은 지난 18년 동안 매년 최소 면적 기록을 새로 썼다. 남극 해빙도 최근 3년 동안 세 차례나 최저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빙하의 질량 손실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2배로 빨라졌다.
WMO는 "2023~2024년의 기록적인 고온은 온실가스 증가, 라니냐에서 엘니뇨로의 전환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태양 주기의 변화 △대규모 화산 폭발 △냉각 에어로졸 감소 등도 온난화 속도를 일시적으로 가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 주기 변화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복사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며 지구 기후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냉각 에어로졸의 감소는 대기 중 미세입자가 줄어들면서 태양복사를 반사해 지구를 냉각시키는 효과가 약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화산 폭발 역시 대기 중 입자 분포에 변화를 주며 단기적인 기후 변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가 점점 더 많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각국 지도자들은 새로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드레아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한 해가 나왔다고 해서 파리협정의 목표가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다"며 "인류의 삶과 경제, 지구를 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경고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WMO는 산업화 이전 대비 장기적인 온난화 수준이 1.34~1.41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WMO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방식에 맞춰 보다 정교한 온도 분석을 위해 국제 전문가 그룹이 추가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로 '기후 난민'이 계속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에는 열대성 사이클론, 홍수, 가뭄 등으로 지난 16년 사이 가장 많은 신규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식량 위기가 악화했고 경제적 피해가 늘었다.
WMO는 "조기경보체계와 기후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전 세계 공동체가 극한 기상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조사 결과는 21일 세계 빙하의 날, 22일 세계 물의 날, 23일 세계 기상의 날을 앞두고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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