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난겨울 적은 강수량에 기상·수문 가뭄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쓸 물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전년보다 댐 저수량이 크게 줄고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대형 산불 위험도 커지고 있다.
11일 기상청과 환경부, 산림청 소속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경기 동·남부와 강원 서·북부, 전남 동부, 경남 내륙 일부 지역엔 '약한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관심' 단계가 18곳, '주의'가 2곳 등 20개 구역이 가뭄 상황이다.
가뭄 진단은 3개월 강수량 변동성(SPI3)에 따른 분석 결과로, 농업용수와 발전소 운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의 가뭄은 지난 겨울철(2024년 12월~2025년 2월) 적은 강수량 영향이 크다. 강수량은 39.6㎜로 평년의 43.6% 수준밖에 안 됐다. 이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전년 겨울(2023년 12월~2024년 2월)과 비교했을 때 6분의 1 수준이다.
각 댐 저수율도 지난해나 예년에 못 미치는 곳이 많다. 낙동강 유역 임하댐(예년 대비 37.8%)과 보령댐(33.7%) 등이 대표적이다. 군위댐(44.8%)과 영주댐(46.5%)은 댐 저수량이 절반도 안 됐다.
수도권 젖줄인 소양강댐(62.5%)과 충주댐(56.8%) 저수율은 그나마 예년보단 낫지만, 지난해 저수율만은 못하다.
기상청은 중기 전망을 통해 올 봄철(3~5월) 평년 수준의 강수량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6개월(SPI6), 9개월(SPI9) 등 중장기 전망엔 가문 날이 차차 풀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장 봄철 산불 등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와 맞물려 대형 산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의 주요 원인은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 그리고 인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사례를 보면, 산불이 단순한 화재를 넘어 사회적 재난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발생한 미국 LA 대형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기후 속에서 2만 2810㏊(헥타르)가 불에 탔고, 건물은 1만 6254채가 소실됐다. 당시 강수량은 평년의 4% 수준에 불과했고, 강한 돌풍이 발생하면서 불길이 빠르게 확산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연중화되고 있으며, 산불 후 강우가 토양의 흡수력을 떨어뜨려 산사태 등의 2차 피해도 유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월 26일~3월 6일 강수량이 평년 대비 6%에 불과한 상태에서 강한 바람이 불며 이와테현 2900㏊를 태웠다. 이는 최근 30년 동안 일본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큰 규모다.
국내에서도 산불 위험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연중 112일 산불이 발생하던 게 최근 3년 내엔 204일로 92일 증가했다. 1년의 절반 이상이 '산불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가뭄 해소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산불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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