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에서도 국민 화합을 위해 헌재 결정에 대한 대승적 차원의 승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재 선고 결과에 따라 유혈사태 등 최악의 상황 발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 권한대행은 최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헌재 심판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대통령이 승복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화살을 돌리면서도 승복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과 정치권의 그간 행태를 보면 정부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의 승복 선언은 얼마나 허언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헌재의 선고 결과를 승복하라고 했던 한 권한대행은 정작 헌재가 위헌이라고 지적했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사태를 아직까지 해소하지 않고 있다.
앞서 헌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마 후보자 미임명은 위헌이라고 못 박았다. 헌재는 또 한 총리의 탄핵심판에서도 8명의 재판관 중 5명이 마 후보자를 포함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권한대행에 복귀한 한 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을 위배하고 있는 것이지만, 한 총리는 직무 복귀 11일째가 되도록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자신은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라는 '내로남불' 식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법령을 개선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게 수두룩하다.
헌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현재까지 헌법불합치 결정된 법령 중 개선 입법되지 않은 법령은 17건에 달한다.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는 사이 입법 기한이 지난 법령도 4건이나 된다.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낙태죄는 헌재가 제시한 입법 기한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로운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입법 공백 상황에 놓여 있다. 입법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국회의 직무유기를 쉽사리 볼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와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가 헌법과 헌재의 결정을 이렇게 무시하는데 어떻게 국민들이 따르겠는가. 한 총리와 정치권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먼저 되돌아 봐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헌재의 결정에 대한 승복 촉구는 국민들에게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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