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선고서 네 갈래로 갈린 재판관 의견…예측불가된 尹 탄핵 심판

'전원일치' 기조 깨고 5대1대2…기각 의견도 두개로 나뉘어
진보성향 문형배 등도 기각 의견…중도 '김복형' 변수로 부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헌법재판관들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기각 의견이 네 갈래로 갈리며 지각 변동이 관측된다.

진보, 보수 등 흔히 세간에 알려진 성향과 일치하는 의견을 낸 재판관도 있지만, 일부 재판관들은 예상과 다른 선택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숙고가 길어지는 가운데, 재판관들의 이견까지 노출되면서 선고 결과가 더욱 미궁에 빠진 모습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24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5인 기각, 1인 인용, 2인 각하 의견으로 탄핵 소추를 기각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5명은 기각 의견을,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정형식 재판관 등 2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전원일치' 기조 깨고 5대1대2…네갈래로 제각각 의견

통상 8명의 재판관 중 문 대행,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등 3명은 진보 성향으로, 정정미·김형두·김복형 재판관 등 3명은 중도, 정형식·조한창 재판관 등 2명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서도 3인의 진보 성향 재판관들과 2인의 보수 성향 재판관들을 양쪽에 두고, 중도 성향 재판관들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심판의 '미리보기'로 꼽혔던 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에서 재판관들은 세간의 예상과는 사뭇 다른 선택을 했다.

우선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전원일치 의견을 고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재판관들은 5대 1대 2로 갈리며 세 갈래로 갈라졌다. 김복형 재판관이 기각 의견에서 다른 의견을 낸 것까지 포함하면 네 갈래 방향이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던 재판관 3인 중에서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은 정계선 재판관 한 명뿐이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탄핵 소추 사유 중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와 관련한 부분과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는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며 유일하게 한 총리를 파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문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이와 달리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동조, 공동 국정운영 관련 등 한 총리의 탄핵 사유 대부분이 헌법과 법률 위반이 아니라면서 기각 의견을 냈다.

또 문 대행 등은 한 총리가 당시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의무를 위반한 것이나,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은 아니라며 정 재판관과 판단을 달리했다.

본문 이미지 -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공동취재) 2025.3.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공동취재) 2025.3.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 총리 파면 사유 모두 불인정…변수 부상한 김복형

보수 성향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 2인은 한 총리 사건에서 각하 의견을 냈다.

한 총리가 탄핵 소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이었기 때문에 탄핵 소추 의결 시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인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도, 국회가 국무위원 의결정족수인 151명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정 재판관 등은 절차에 흠결이 있었다며, 한 총리가 탄핵 사유가 있는지 등의 본안 판단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에 대한 모든 탄핵 소추 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며 정계선 재판관의 반대편에 선 것은 의외로 중도로 분류되던 김복형 재판관이었다.

헌법재판관 4인(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은 이 사건 탄핵소추 사유 중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관련 △공동 국정운영 관련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관련해 총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은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해서는 "헌법 제66조, 제111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등을 위반한 것이나 그 헌법 및 법률 위반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김 재판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 총리의 재판관 임명 부작위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재판관은 대통령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을 선출 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자격 요건 구비 등을 검토해 '상당한 기간 내'에 임명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3인의 헌법재판관 선출안이 가결된 후 통지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의 탄핵 소추안에 가결됐으므로, 헌법재판관 자격 요건 구비 등을 검토할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볼 수 없어 헌법·법률 위반이 아니라면서, 한 총리에 대한 모든 탄핵 소추 사유를 불인정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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