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김어준 씨의 방송에 출연해 포스코 내부 비위 의혹을 제기한 전 팀장이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포스코 전 대외협력실 팀장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A 씨와 검사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지난 14일 그대로 확정됐다.
대외협력실 팀장으로 근무하다 징계 면직된 A 씨는 면직 이후인 2018년 3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와 인터넷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포스코의 비위 관련 허위 사실을 적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해당 방송들에 출연해 포스코의 산토스 CMI 인수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산토스 CMI는 당시 에콰도르 최대 규모의 플랜트 EPC(설계-구매-시공) 업체로 해외 진출을 앞둔 포스코건설의 중남미 지역 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해외 업체다.
A 씨는 해당 방송들에 출연해 "산토스 CMI의 가치는 100억 원 정도로서 회사 실무진이 인수 불가 의견을 밝혔는데도 갑자기 회사 윗선으로부터 8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이 내려왔고, 인수 검토 대상이 아니었던 유령회사 EPC까지 함께 인수한 후 수수료로 300억 원을 지급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적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해당 방송 중에선 A 씨의 발언을 토대로 산토스 CMI 인수를 포함한 포스코의 2000억대 해외투자 실패가 당시 MB정부의 자원외교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며 MB정권과 연결고리 의혹을 제기하는 데까지 나아간 바 있다. 포스코의 수상한 해외투자 배후에 결국 MB정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또 A 씨는 2018년 7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현직이던 최정우 전 포스코 회장이 사내 횡령과 배임을 은폐하거나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포스코의 회장을 선임하는 'CEO 승계카운슬'은 종래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최 전 회장을 선임했다며 관련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당시 배포된 기자회견문에는 최 전 회장과 관련해 '지난 10년 포스코 비리의 공범이자 정준양-권오준 전 회장 시절 적폐의 핵심이다', '포스코그룹의 감사이자 감사위원회 간사로서 포스코그룹이 자원외교, 대규모 해외공사 등 국내외에서 무분별한 투자를 진행하는 동안 이를 감시·감독하지 않았다', '최 전 회장이 선출된 포스코의 승계 카운슬은 박근혜-최순실 때 만들어진 비선 적폐 조직이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의혹 제기는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포스코의 산토스 CMI에 대한 투자는 외부 전문기관의 인수자문 및 검토를 거쳐 이뤄졌고, 당시 EPC 에쿼티스는 산토스 CMI와 함께 투자 대상으로 검토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A 씨는 2회에 걸쳐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포스코에 대한 허위 사실을 적시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 A 씨가 제기한 최 전 회장의 혐의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오히려 A 씨가 허위 사실을 적시하면서 최소한 미필적인 명예훼손의 고의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조사를 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해 진실성이 뒷받침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확정적 사실인 양 적시했다"며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해당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거나 아닐 수 있음을 인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다만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각 발언 내용은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이나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공공의 영역과 관련한 것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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