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최근 서울에서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잇따른 가운데, 전국 싱크홀 사고 절반이 하수관 손상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하철·도로 등 각종 지하 공사 역시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7일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26일 기준)까지 지반 침하 사고는 1346건으로, 그중 절반(47%)은 하수관 손상(630건)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통상 하수관이 오래되면 구멍이 생기고 물이 새는 문제(누수)가 잦다. 이때 많은 양의 물이 하수관 주변 흙을 쓸고 지나가면, 땅속 구멍이 조금씩 커진다. 그러다 위쪽 지반이 자동차 등이 주는 외부 충격을 견디지 못하면 갑작스러운 땅꺼짐 사고로 이어진다.
정충기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노후 하수관에서 싱크홀이 자주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집중호우 때 하수관이 내부 수압을 견디지 못해 생기는 누수 때문"이라며 "비가 많이 내릴 때 하수관 내부에 압력이 높아져 균열이 생기고, 이 틈으로 물이 빠져나가 주변 흙을 씻어낸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그친 뒤 지하 수위가 낮아지면 하수관 내부로 다시 물이 들어가는데, 이때 주변 흙까지 함께 빨려 들어가 땅속에 빈 공간(공동)이 생긴다"며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구멍 점점 커지고, 결국 위쪽 도로가 외부의 충격을 견디지 못해 갑자기 싱크홀 사고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의 경우 특히 하수관로 56%가 노후 상태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총 길이 1만 838㎞ 가운데 30년 이상 된 관로가 6017㎞에 달한다. 지난해 서울시 지하안전관리계획에서도 서울시 관리 도로 6863㎞ 중 27%(1850㎞)가 지반 침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번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는 직경이 20m에 달해 하수관 손상보다는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 거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충기 교수는 "보통 하수관 문제로 땅 꺼짐 사고가 생기면 구멍의 크기가 1~2m 수준"이라며 "원인을 단언할 수 없지만 사고 원인이 하수관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차도 등 연이은 도심 지하 공사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 땅꺼짐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굴착공사정보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굴착공사 계획신고 수는 26만 5777건이었다. 그중 서울이 2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매년 200건 안팎의 깊이 10m 이상의 굴착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올해도 총 188건(1월 기준)이 계획됐다.
이번 강동구 싱크홀 사고의 경우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해당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올해 1월 개통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지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당 고속도로는 싱크홀과 15m 거리에 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철 같은 지하 공사를 하다 보면 지하수를 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지하에 공간이 생겨 자연스레 지반 침하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통상 지하 공사를 할 때 많은 물을 뽑아내는데, 이 과정에서 물의 흐름이 빨라진다"며 "이 경우 물이 (영화 속) 물귀신처럼 무섭게 모래와 자갈을 함께 끌고가 (땅속에) 구멍이 잇따라 생긴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강동구 싱크홀 사고와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고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는 상하수도를 포함한 지하 시설물, 지하철 9호선 공사, 토질적 특성, 서울세종고속도로 터널 구간 등 다양한 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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