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동규 오현주 기자 =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초 굵직한 마수걸이 수주를 통해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연내 여러 큼지막한 정비사업 수주전이 예고돼 있어 몇몇 건설사들은 이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요국에 대한 관세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은 건설업계에 근심이 되고 있다. 특히 공사비와 원자잿값 상승에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 정책이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은 지난달 18일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현대건설(000720)을 누르고 수주에 성공했다. 35개 동 2360가구 규모로 총 공사비는 1조 5695억 원이다. 같은 날 GS건설(006360)도 2건의 공사를 따냈다. 서울에서는 1610가구, 6498억 원 규모의 중화5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고, 부산에서는 1533가구, 6374억 원 규모의 수영1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11일 229가구, 1560억 원 규모의 서울 광진구 상록타워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마수걸이 수주했다. 롯데건설도 같은 날 324가구, 3522억 원 규모의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냈다.
이들 건설사는 향후 국내 주요 도시정비사업에서의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GS건설은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과 봉천 1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포스코이앤씨도 방배15구역 재건축 등의 수주를 노리고 있다.
압구정 2~5구역에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047040),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이 수주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건설사가 기분 좋은 새해 첫 수주에 성공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관세폭탄은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때처럼 철강, 알루미늄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건설재 가격 상승 우려가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중국산 건축자재 생산 차질로 인해 공급망이 불안정해 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지난해 기준 특정 건설사의 경우 공사비 상승 요인의 90%가 원가인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부라도 특정 자재를 해외서 수입해 오면 미국발 관세폭탄이 건설사들의 원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주요 건설사가 올해 초부터 큰 규모의 정비사업을 수주해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관세인상 국면이 길어지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건설사에는 더 큰 원가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철근 등 주요 건설자재 수급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지 않고 국내 충당이 가능하다는 점은 급격한 원가 부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건설업은 철저하게 내수 중심이라서 수출이 주력인 산업과는 다르다"며 "일정부분 관세인상의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당장 철근만 해도 국내와 인근 중국에서 조달이 가능해 큰 부담이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한국 건설업은 국내 원자재 부족분을 수입 사용하고 있어서 미국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가 아니라면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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