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12·3 비상계엄 여파로 대통령경호처 수뇌부가 수사기관에 체포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역대 수장 중에서도 어두운 말로를 맞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권력 2인자로 명성을 떨쳤지만 최고 권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만큼 민주화 이후에는 척결 대상이 되기도 했다.
14일 경호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20명이 경호실(처)장직을 지냈다.
가장 최근 인물인 박종준 전 경호처장(제20대)은 경호처 역사상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체포되는 현직 수장으로 남을 뻔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박 전 처장은 지난 10일 경찰에 출석하며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며 이 같은 위기는 일단 모면했다.
대신 '최단명' 수장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지난해 9월 9일 임명된 박 처장은 올해 1월 10일까지 총 124일 임기를 기록했다.
홍종철 1대 경호실장이 144일(1963년 12월 26일~1964년 5월 17일), 최석립 8대 실장이 140일(1992년 10월 9일~1993년 2월 25일)이었던 것보다도 짧다.
홍 전 실장은 취임하고 얼마 안 돼 문교부 차관으로 이동하며 임기가 짧았고, 최 전 실장은 노태우 정권 말기 '중립내각'이 만들어지며 한시로 임명된 인사였다.
홍 전 실장은 초대 경호실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나 1974년 6월 9일 팔당댐 남쪽한강에서 낚시를 하던 중 배가 급류에 뒤집혀 익사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최장수 수장은 박종규 2대 실장으로 1964년 5월 18일부터 1974년 8월 21일까지 10년 3개월간 근무했다.
특히 박 전 실장은 항상 권총을 소지하고 다녀 '피스톨(Pistol) 박'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스톨 박도 1980년 신군부가 들어선 뒤 계엄사령부가 권력형 부정축재자로 지목하며 재산을 모두 뱉어내야 했다. 당시 계엄사가 발표한 부정축재 금액은 77억 원이었다.
박 전 실장 후임자로 임명된 차지철 3대 실장도 끝이 좋지 못했다.
유신 말기 실세였던 차 전 실장은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에 맞아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사망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는 장세동(5대)·안현태(6대)·이현우(7대)·최석립(8대) 등 하나회 출신이자 12·12 쿠데타 세력이 모두 경호실장을 지냈다.
전두환 정권에서 '그림자 경호'로 악명을 떨친 장세동 전 실장은 5공화국 비자금 조성과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일명 용팔이사건)으로 두 번이나 구속됐다. 또 1997년 12·12와 5·18 관련 대법원 재판에서 군사반란 가담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되며 수감되기도 했다.
안현태·이현우 두 전직 실장 역시 같은 재판에서 전직 대통령 부정축재 사건과 관련해 뇌물죄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다.
약 28년 후인 현재 윤석열 정권 첫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내란 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아울러 김인종 14대 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국고 9억여 원을 손실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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