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1, 2차 권역별 투표에서 9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기세를 확인한 이재명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뿐만 아니라 공약에서도 보수·진보 진영 후보들을 여러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비교할 때 주목할 만한 점은 '거대 담론'을 내려놓는 대신 국민 실생활 공약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특히 '기본 시리즈'처럼 진보 진영이 내세웠던 핵심 어젠다를 치운 자리에 보수 색채가 강한 공약을 위치시키며 중도로 영토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22일 경선캠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성장과 통합'을 앞세워 '먹사니즘'(기본적인 삶)을 넘어 '잘사니즘'(가치 중심 삶)을 위한 공약을 계속해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가 지금까지 발표한 공약을 크게 분류하면 가장 강조하는 '인공지능'(AI)을 앞세운 후 △K-방위산업 활성화 △문화 강국 구현 △장애인 정책(장애인의 날 발표) △과학 강국 구현(과학의 날 발표) △주식 시장 활성화 △의료 정책 △환경 정책(지구의 날 발표) △충청·영남 지역 발전 공약이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하는 각 공약은 짧게는 947자에서 길게는 2400자에 달할 만큼 그 내용이 구체적이다.
그러나 공약 어디에도 지난 20대 대선에서 등장했던 '기본'이나 '징벌적 배상' 등 진보 진영의 색채는 찾기 어렵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우고, 불공정 거래에는 '징벌적 배상 책임', 정부의 재정은 '적극적인 확장 정책'을 강조했다.
'기본' 시리즈가 빠진 자리에는 수백만 또는 100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실감형 정책들이 자리한다. 아직 공약 발표 전이나 대표 시절 밝힌 배우자 공제 한도 등을 적용한 18억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는 세법 개정이나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을 위한 상법 개정 재추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코인 과세 2년 유예 등 소득세법 개정안과 근로자 실질 임금을 갉아 먹는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현실화 추진,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평가받는 부동산 정책으로부터의 탈피 전망 등도 이에 해당한다.

정부의 재정에 대해서도 같은 당 김동연·김경수 경선 후보가 적극적인 확장 정책을 주장할 때, "(전) 정부의 잘못을 민간에 떠넘기는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출 조정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정책 기조가 180도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진보 진영의 핵심 어젠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집중 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재계가 반발하는 상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국방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는 '선택적 모병제' 추진, 국가 주도의 'K-엔비디아' 모델 등은 보수 진영의 비판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 후보는 그럼에도 현재의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책 중심의 공약 발표와 따뜻한 이미지가 이 후보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전날(21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50.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 유력주자 5명(김문수·나경원·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합은 35.9%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후보는 19일(충청)과 20일(영남) 열린 당내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89.56%를 기록하며, 지난해 당대표 선거 때의 85.40%를 뛰어넘었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당 대표 선거, 대선 후보 선출 경선을 통틀어 그 어느 유력 정치인도 달성하지 못한 역대급 득표율이다.
남은 일정은 오는 26일 호남권과 27일 수도권 경선이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민주당 경선 후보가 이 후보로 확정된 것으로 분석하며, 과연 몇 퍼센트의 득표율을 달성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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