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가 첫 주 지역순회경선에서 9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기류가 예상보다 더 강한 경선 결과에 일찌감치 본선을 향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
그러나 경선을 통해 리스크를 미리 걸러내는 과정이 생략되고 컨벤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남아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첫날 충청권 경선에서 88.15%를 얻은 데 이어 두 번째 영남권 경선에서 90.8%를 득표했다. 총 네 번의 순회경선 중 절반을 소화한 가운데 현재까지 누적 득표율은 89.56%다.
'이재명의 민주당'에 이변은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 '이재명 대세론'은 더욱 굳어진 양상이다. 현재의 기류가 이어진다면 이 후보는 27일 결선투표 없이 대선 본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
경선 흥행이 저조할 거란 우려와 달리 투표율은 이재명 후보와 당시 이낙연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대선 경선보다 오히려 높다.
충청권에서는 57.87%, 영남권에서는 70.88%를 기록했다. 직전 대선 경선 당시 충청권 당원 투표율은 50.2%, 영남권은 60.8%였다. 당에서는 대통령 파면이라는 정치적 상황에서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해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대선 경선이나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보였던 '네거티브' 대신 후보들이 상대방을 인정하는 '원팀 강조' 기조도 뚜렷했다. 불필요한 내부 잡음 없이 대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국민의힘 경선이 연일 공격과 감정적인 충돌로 번지는 것과 달리 정권교체라는 목표하에 차분하게 경선을 치르는 것이 대중에 더 안정감 있게 비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어대명'을 넘어 '구대명(90%의 지지율로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선 초반부터 이재명 후보로 굳어진 구도로 사실상 경선이 '요식행위'라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경선 자체가 싱거워졌다는 지적이다.
전날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아무리 지지도가 높아도 90%까지 나올 줄 몰랐다"며 "전날 결과를 보고 다들 깜짝 놀란 걸 넘어 말 그대로 싹쓸이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18일 첫 방송토론도 이재명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주도권 토론 시간을 양보하는 등이 치열하고 날카로운 정책 검증보다 형식적인 질문과 응답에 그쳤다는 평이 나온다.
이 후보의 이념·정책을 검증하고 경쟁할 세력도 사실상 부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경선이 생각 이상으로 싱겁게 끝나가는 것 같다"면서도 "본선에 접어들면 강한 보수 결집, 야권 단일화와 여론 역풍 등 변수도 남아 있는 만큼 긴장감을 늦추긴 이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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