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려는 구(舊)여권 진영이 '빅텐트'(초당파 연합) 딜레마에 빠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참여 여부가 빅텐트 구상의 핵심인데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한덕수를 뺀 연대'를 주장한다.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서도 경선에 불참한 한 권한대행을 띄울 수 없는 상황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수 진영에서는 6·3 대선 '빅텐트론'이 화두로 급부상 중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사실상 국민의힘 경선 참여가 불가능해진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길을 열어두자는 의미의 아이디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대행 옹위 움직임도 세를 불려가며 나날이 확산 중이다. 박 의원은 한 권한대행 출마 촉구 연판장에 동의 의사를 밝힌 의원만 54명에 이른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김문수·홍준표 후보 등이 빅텐트론을 주창하지만 '반(反)이재명'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하고도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 등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대행 출마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초반 이에 동조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던 국민의힘 지도부도 경선에 본격 돌입하면서 '빅텐트론'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자당 후보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불만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 당내 인사를 키우는 대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영입해 내세운 결과가 두 번째 대통령 파면 '흑역사'로 이어진 데 대한 자성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연일 대망론을 띄우지만 한 권한대행의 권력 의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유승민 전 의원 등 경선에서 이탈한 보수 진영 인사들을 아우르는 빅텐트론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결국 한 권한대행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전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며 주저하는 듯한 모습이다. 선거 체제에 돌입한 국민의힘 내에선 한 권한대행에 대한 옹호 메시지 보다 오히려 민주당 공세에 맞장구치는 후보들이 대다수다.
한 권한대행이 공직자 사퇴 시한에 맞춰 5월 초쯤 출마 의사를 밝히더라도 빅텐트론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한 후보와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과 연대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쉽게 물러날 리 없는 국민의힘 후보가 한 권한대행과 각을 세우면 그나마 남은 정권 재창출 희망도 사라지고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홍준표 후보는 한 권한대행 대망론과 관련 "철딱서니 없는 짓"이라고 직격했고, 한동훈 후보는 "테마주 주가조작 같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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