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국민의힘 경선 참여가 불발됐지만 보수진영 히든 카드로서의 존재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주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큰 격차 패배로 나타나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잠룡 후보 등장과 함께 빠른 기세로 지지율을 높이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한 권한대행이 '반이재명 빅텐트'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고 있다. 한 권한대행의 무소속 출마는 '상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 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의 경선 불참을 공식화했다. 그는 "추가적인 출마설 언급은 경선 흥행은 물론, 권한대행의 중요 업무 수행에 도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 권한대행의 경선 불참에도 국민의힘에서 '한덕수 등판론'은 여전히 판을 뒤흔들 카드로 거론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와 가상 양자 대결에서 모두 오차범위 밖으로 크게 앞섰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재명 전 대표와의 가상 대결에서 25.3%의 지지율로 29%포인트(p)의 차이가 났다. 한동훈 전 대표는(18.3%) 35.7%p, 홍준표 전 대구시장(22.5%)은 31.9%p였다. 12일 불출마 의사를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19.5%)은 34.4%p로 벌어졌다.
반면 한 권한대행은 27.6%로 국민의힘 주자 중 가장 작은 26.6%p의 차이가 났다. 보수 진영 내 지지율은 김 전 장관(10.9%)에 이어 8.6%로 2위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이같은 수치가 나온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보수 진영에서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에서 '한덕수 차출론'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전 다양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됐던 카드였다. 오랜 공직 경험에서 나오는 국정 운영 능력, 한미 통상 경험 등에 비추어 봤을 때 대내외적 리스크를 다룰 적임자라는 이유였다. 그간 정치권에 얼굴을 비치지 않은 '신선한' 사람이라는 점도 이재명 전 대표와의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차출론에 불이 붙기 시작한 건 지난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부터였다. 한미 간 정상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은 "상호 윈-윈 (win-win)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역 균형 및 경제협력 분야에서 장관급으로 건설적 협의를 계속하자"고 했다.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상황이 좋다"고 밝히면서 관세 문제 해결에 기대감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 출마 여부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진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별의 순간'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모 재선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래 권력과 협상하는 것이 편할 테니, 그에 대한 관심을 표한 것 아닌가 싶다"며 "전화에서도 노련하게 잘 대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한동안 상승 국면을 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들이 임명될 경우 헌법재판소는 '보수 우위' 상태가 되는 만큼, 지지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다음 주부터 진행될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 낼 경우 또다른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도 한 권한대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한 권한대행 지지 의사를 표하고 있는 박수영 의원은 전날 TV조선 유튜브 '뉴스트라다무스'에 출연해 "의원 54명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내 주류인 친윤계 역시 한 권한대행에 긍정적이다. 모 친윤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경우 확실한 '별의 순간'을 만들 수 있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라고 했다.
한 권한대행의 무소속 출마는 '상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선출될 때까지 국정에 매진하다 공직자 사퇴 기한인 5월 4일을 앞두고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후 국민의힘 후보 등과 '국민 경선'을 통해 단일화하는 시나리오다. 모 국민의힘 의원은 "4월 말까지는 본인의 뜻을 정하지 않겠나"이라며 "앞으로 드라마틱한 전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안팎에선 한 권한대행이 대권 도전을 작심하더라도 결국에는 이재명 전 대표의 맞수를 찾을 수 없는 보수진영의 절박함이 만든 희망의 신기루가 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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