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광역단체장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시장직을 사퇴하는 '배수의 진'을 쳤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직을 유지하며 경선에 나선다. 각 지역과 당내 지지세 확보 등 다양한 정치적 셈법에 따라 단체장의 경선 전략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12일 여권에 따르면 홍 전 시장은 전날(11일)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대구시장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임식을 치른 홍 전 시장은 오는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다. 반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유지하며 50일가량 남은 휴가를 이용해 경선에 나선다.
국민의힘이 대선후보를 5월3일 선출하기로 하면서, 이들은 단체장에서 사퇴할 필요가 없다. 공직선거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직하면 된다.
그럼에도 홍 전 시장이 사퇴한 것은 '절박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뤄진 19대 조기대선에 출마해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으며, 20대 대선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졌다.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으로, 시장직을 내려놓음으로써 대선 도전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셈법도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에서 앞서고도 당심에서 밀렸던 홍 전 시장 입장에선 당심 확보는 중요한 과제다. 대선 이후 그가 대구시장으로 '하방'한 것도 텃밭에서 당심을 수습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됐다.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여권에서는 대구시장을 노리는 인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입장에선 직전 시장인 홍 전 시장과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홍 전 시장 입장에선 대구시장을 고리로 대구지역 인사들과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한 셈이다. 실제 최근 대구지역 인사들과 홍 전 시장 측 인사들의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홍 전 시장은 대구시장을 하면서 당심을 수습한 데 이어, 시장직을 사퇴하며 텃밭 대구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지지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의 경우 시장직을 유지하면서 '책임정치'를 내세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앞서 출마 결심을 밝히면서 "시장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선거(경선)를 치르는 것이 저를 뽑아주신 시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수도권 민심은 국민의힘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할 경우 무책임하단 비판과 함께 여권을 향한 수도권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 반대로 오 시장이 직을 유지할 경우, 자신의 대권 도전에 대한 비판을 최소화하면서 경선 승리 시 '더 큰 정치'를 앞세워 서울시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무상급식' 찬반 투표를 하면서 시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던 오 시장 개인의 정치적 이력도 시장직을 사퇴하기 힘든 이유로 꼽힌다. 당시 오 시장이 물러난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이후 내리 3선을 지냈다. 이 시기 현 여권은 수도권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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