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한병찬 김지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0일 영상을 통해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정장 대신 베이지색 니트를 입은 이 전 대표는 영상 전반에 걸쳐 '희망의 봄'을 이야기하며 친밀감과 포근함을 강조했다.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혀 비호감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이날 오전 미리 녹화한 11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인터뷰 영상에서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은 헌법 제도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가지고 사는 우리 국민 스스로의 위대함"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으로 길었던 '겨울'을 거론하며 국민과 함께 희망의 '봄'을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깊고 깊었던 겨울을 국민들이 깨고 나오는 중이다. 따뜻한 봄날을 꼭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며 "더 아름답고 더 따스한 봄을 우리 두 손 함께 잡고 만들어가자. 희망의 대한민국을 확실하게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희망의 봄은 시각적으로도 구현됐다. 정장 대신 브라운색 니트를 입은 이 전 대표는 서울 모처의 작은 카페에 앉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전 대표의 주변에도 베이지색과 브라운색을 조합해 봄을 시각화하려 노력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말하는 게 계절적 봄도 있지만 고난을 이겨낸 정치의 봄, 시민이 행복한 나라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봄을 시각화했다"고 말했다. 따뜻한 봄의 이미지를 빌려 강경한 이 전 대표의 이미지를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내용상으로는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화두로 띄운 후 '성장과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아니면 어떤 정책이 누구의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어떤 것이 더 유용하고 필요한지가 최고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용주의와 신속성', '국익 우선 외교' 등을 강조하며 '능력으로 입증하겠다'는 이 전 대표의 기존 입장이 거듭 확인되기도 했다. 동시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안전도 약속하며 기존 지지층도 공략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실용주의가 담긴 'K-initiative(이니셔티브)'라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며 "그냥 이름만 있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진짜 대한민국 그리고 그 대한민국은 대한 국민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대한 국민의 훌륭한 최고의 도구 이재명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전 정부의 실책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했다. 이 전 대표는 영상에서 한 번도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라 '이재명'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라며 "국민의 질문에 상세히 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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