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성·청송=뉴스1) 김일창 한병찬 기자
"좀 봐주이소 미안하지만"(이재민)"미안해할 거 없으세요, 이 나라의 주인이시잖아요. 저희가 잘 챙길게요"(이재명)
27일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얼굴은 내내 굳어 있었다.
전날(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경북 산불 현장. 이 대표는 같은날 저녁 안동을 시작으로 이날 의성, 청송, 영양 등을 촘촘하게 돌며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첫 일정으로 산불로 전소된 고운사를 택했다. 고운사에서는 이번 산불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인 가운루와 연수전이 전소됐다.
이 대표는 현장에 도착해 첫 마디로 "세상에"라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불에 타버린 종각 터를 바라보던 이 대표는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네요"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모두 환영받지는 못했지만, 이 대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이재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 집중했다.

경북 의성군 점곡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를 방문했을 때 한 이재민이 눈물을 흘리며 "아무것도 없다. 갈 데가 없다. 여기 이러지 말고 저희 탄 집 보고 가시라고요"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대표는 어깨를 토닥거리며 "나라에서 일정한 기간 먹고 입고 자는 것을 다 책임질 테니까, 집 짓는 것도 지원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위로했다.
경북 청송군 진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를 방문했을 때 한 남성이 고함을 치며 야유하자 이 대표는 "저들도 (저렇게 하는 것이) 잘 되는 일이라 생각해서 하늘 일일 텐데"라며 "답답하니까 저러시겠죠"라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 대표는 산불 진화 도중 추락사고로 희생된 박현우 헬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숭고한 희생, 온 국민이 잊지 않겠다"고 적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대표는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겠다는 뜻을 각각의 현장에서 밝히며 조속한 피해 복구 의지를 드러냈다.
고운사를 방문하고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이런 위험한 시기에 쓰자고 다 세금 내고 하는 것"이라며 "이미 피해를 본 지역이나 시설들에 대해서는 예산 걱정을 하지 않으시도록 저희가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서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경북 안동에서는 "이재민들이 최대한 신속하게 생계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거 등 지원책들을 미리 준비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빈말 안 하는 것 아시지 않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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