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한미의 정례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에 반발하며 여러 차례 가한 도발 위협이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이보다 급한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 협상을 지켜보며 한미 훈련은 '로키'(low-key)로 대응한다는 기조가 굳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18일 나온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의 휴전 및 종전 협상,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외교 기조,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등 유동적인 정세가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 연습'이라 비난해 온 북한은 FS가 시작된 지난 10일 이전부터 담화와 논평 등으로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의 핵 항공모함인 칼빈슨함(CVN-70)의 한반도 전개를 두고 "우리도 위혁(힘으로 으르고 협박)적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을 심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며 맞대응성 군사도발을 예고했다. 지난 7일에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으로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은 불가피하다"라며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연합훈련 시작 이틀 전인 지난 8일 북한판 전략핵잠수함(SSBN)인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의 건조 현장을 찾으면서 북한이 이번 한미 연합훈련 기간 핵 능력을 과시하는 도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난달 26일 순항미사일 발사, 지난 10일 근거리탄도미사일(CBRM) 발사 등 군사행동이 있었지만 이는 한미도 그리 주목하지 않는 저강도 도발로, 북한 스스로도 다른 도발 때와 달리 대대적인 선전 보도를 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 두 번의 군사행동 외엔 오로지 '말 폭탄' 공세만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경기도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가 무리한 연합훈련 때문에 발생했다는 내용의 논평을, 16일에는 일본 이와쿠니 주일미군 기지에 미국 F-35B 스텔스 전투기 1개 중대가 추가 배치된 것을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17일에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의 '북한 비핵화' 요구를 비난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최선희 외무상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무차관을 단장으로하는 '러시아 외무성 대표단'과 만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5/3/16/7181656/high.jpg/dims/optimize)
김정은 총비서가 한미 연합훈련이 한창 진행 중인 지난 15일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 현장 시찰에 나서며 민생·경제를 챙긴 것은 북한의 현재 기조를 부각시키는 상징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훈련 국면에서 최고지도자가 안보가 아닌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매체를 통해 이를 크게 부각한 것은 북한이 정세를 악화시키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북한은 무력도발보다 외교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중에서도 군대를 파병하고 무기도 지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 협상 추이가 최대 관심사일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협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을 러시아를 통해 공유받을 수 있고, 종전 추이에 따라 러시아로부터 받을 반대급부의 계산법도 달라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30일 휴전' 합의가 공개된 지 불과 이틀 만에 러시아 외교차관을 대표로 한 대표단이 북한을 찾은 것은 휴전 및 종전 문제와 관련한 북러의 소통도 활발하다는 뜻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우방과 동맹을 가리지 않는 관세 전쟁을 벌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듯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방식도 북한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결렬 선언으로 끝난 6년 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인해 김 총비서가 반복되는 '트럼프의 손짓'에도 섣부른 반응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정치 상황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곧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군사 도발에 나서는 것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추정된다.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불안한 시선을 자신들에게 돌릴 필요가 없다는 측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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