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올 들어 중단됐던 외국인 관광 상품을 되살리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꾸준히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에 맞춰 5년 만에 외국인 관광을 재개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핵 협상 이후 경제적 교류를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3일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29일 강원도 원산의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시찰하고 올해 6월 개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새해 국정계획을 수립하는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마치고 이뤄진 시찰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올해 관광사업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게 하는 행보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뒤 이뤄진 시찰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취임하는 날 "난 그(김정은)가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리조트)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라고 발언하며 김 총비서의 구상을 거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7년 전 첫 북미 정상회담 때도 북한의 '해안가 리조트' 건설 역량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이러한 과거 때문에 김 총비서가 원산의 명사십리 해변에 건설된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찾은 것은 미국의 '투자'에 대한 기대감 내지는 향후 협상 재개를 대비한 포석을 두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군 정치장교를 양성하는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5/2/25/7149116/high.jpg/dims/optimize)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19 때 봉쇄한 국경의 개방폭을 넓히고, 2020년에 중단된 관광사업을 무려 5년 만에 재개하는 움직임이 무력도발 등 군사 행동의 수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고려투어스, 영파이오니어투어스 등 유럽이 중심이 된 북한전문여행사들은 최근 북한의 국경 개방에 맞춰 홈페이지, SNS, 이메일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관광 상품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전쟁' 우려를 높이는 것은 5년 만에 국경 전면 재개방이라는 스스로의 '결심'과 모순이 되는 행동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북한을 다녀온 서방 관광객들을 통해 북한 관광의 '후기'가 벌써 나오고, 이 이야기들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북한의 낙후된 모습도 새삼 주목을 받았지만 "맥주가 예상보다 맛있었다"라거나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라고 말하는 등 '호의적' 후기가 나오기도 한다. 일단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입장에선 관광 활성화의 기회 요인이다.
구체적인 수치 파악은 어렵지만, 북한 관광은 코로나19 직전이 '최전성기'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대 지도자와 달리 유럽 유학을 통해 관광이 돈이 되는 것을 알았던 김 총비서의 의지로 전국 각지에 관광지를 꾸리고 '기차 투어', '비행기 투어'와 같이 독특한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던 정책의 결과였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북한 나름의 노하우를 축적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기도 하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강원도 원산의 갈마해안관광지구 전경.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4/12/31/7062299/high.jpg/dims/optimize)
북한의 이러한 동향은 '핵 협상' 재개를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북한에 제시할 반대급부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이 전격적으로 북한에 대한 투자 의사를 밝히거나, 다른 나라의 투자를 유도해 김 총비서의 정책 추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한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도 관심을 가질 카드다.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에 앞장선다는 것은 지금의 관점에선 매우 어색한 시나리오지만, 거래주의적 외교를 극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선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또 대규모 건설, 관광사업 활성화를 선대와 구별되는 '시그니처 정책'으로 내세워 온 김 총비서의 '성과 극대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북한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 본토 및 괌을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의 개발 및 발사를 중단하고, 핵 시설의 일부를 폐기하는 등의 '군축'을 제시하며 '미국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스몰 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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