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종전 대비하는 北…소원했던 중국과 '혈맹' 복원하나

북한 외무성 부상, 주북대사 면담 등 고위급 소통 다시 활발
우크라전 종전 후 북러 밀착 풀릴 가능성 대비 분석

본문 이미지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2019.6.21/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2019.6.21/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 후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과의 소통의 폭을 다시 넓히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이를 계기로 밀착했던 러시아와의 관계가 벌어질 것을 대비해 전통적 '혈맹'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20일 나온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2023년 여름쯤부터 밀착을 빠르게 가속화 했다. 우크라전에 동원할 무기와 인력이 필요한 러시아와, 경제 및 군사 기술 발전을 위한 기술이 필요했던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다.

당초 북러는 한미일 3각 구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동참도 요청했지만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았던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의 밀착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치 '올인' 전략을 택한 듯 대 러시아 군사 지원을 가속화하며 대규모 병력의 파병까지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에 대해 편치 않은 시선을 보낸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지난해 북중이 수교 75주년을 맞아 '조중(북중) 친선의 해'를 선언했음에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고위급 소통이나 기념행사가 거의 열리지 않은 것이 냉랭했던 관계를 보여 주는 장면이다.

그랬던 북한이 올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박명호 외무성 부상은 주북 중국대사관을 찾아 왕야쥔 대사와 만났다. 북한 외무성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 대사를 찾아가 만난 사실이 공개된 것은 1년이 넘을 정도로 오래간만의 일이다. 양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과 우크라전 종전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부상은 "양국이 교류·협력을 강화해 전통적인 조중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서도록 추동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일엔 왕야쥔 대사가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을 평양에서 배웅했는데, 북한 선수단이 단 3명 참가함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직접 배웅에 나선 것을 두고 '북중관계 변화의 지표'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60여 명의 북한 선수단이 출정함에도 중국 측의 배웅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을 맞아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연회와 관련된 북한의 보도도 예사롭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연회에 참석한 주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부주석이 "조선 인민이 사회주의 건설에서 부단히 새로운 성과를 이룩해 당 제9차 대회를 승리적으로 맞이할 것을 축원한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북한의 9차 당 대회 관련 일정을 중국이 미리 공유받은 흔적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북한은 곧 중국인 대상 단체 관광도 5년 만에 재개할 예정이다. 여러 분야와 계층에서 북중 간 접점이 다시 늘어나는 동향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 변화는 미국과 러시아가 속도를 내는 우크라전 종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북러관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이 절실해지지 않는 시점이 되면 양국 사이가 멀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미국과의 관계가 빠르게 좁혀지지 않는다면, 당장 미국과 호흡을 맞추는 러시아보다 중국이 더 믿을만한 우방이라는 계산이 섰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우크라전 종전까진 시간이 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도 당장 외교 정책에 극적인 변화를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역시 종전 후에도 국력 회복의 시간까진 북한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과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에 포함되지 않으면서도 양국 간 우호관계를 비교적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문화와 체육, 관광 분야에서의 교류를 일단 확대하며 정치외교적 관계의 접점을 넓히는 구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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