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들 몰려든다…북한관광, '호기심 천국' 넘을 수 있을까[한반도 GPS]

6년 만 열린 평양에 여행 유튜버들 몰려…"이상한 나라, 첫 방문"
체제 선전 관광의 확장성 미지수…폐쇄성 버려야 성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경기.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경기.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평생 마라톤에 참여해 본 적 있냐고요? 한 번도 없습니다."

최근 평양국제마라톤에 참가한 영국인 여행 유튜버가 한 말입니다. 그는 지난 6일 열린 마라톤대회를 계기로 5박 6일간 평양을 관광하고 그 후기를 자신의 채널에 올렸습니다. 이번 평양 관광을 위해선 마라톤 대회 참가가 필수였는데 기꺼이 영국의 아마추어육상협회에 가입하고 3개월을 공들여 이번 여행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번 대회에는 이처럼 마라톤과는 거리가 먼 참가자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수백만, 수십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여행 유튜버들입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무려 6년 만에 (러시아가 아닌) 외국인 관광객에게 평양을 개방했기 때문일 텐데요.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이들 사이에서 '고립된 평양'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로 통하는 모양입니다.

오랫동안 외국인 관광을 준비해 온 북한 입장에서 이들의 관심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 외국인 관광으로 외화벌이를 본격화하려는 북한의 구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행 유튜버들을 북한으로 이끄는 건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인데, 이것만으로 진짜 돈벌이가 되는 관광지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본문 이미지 - 평양 국제마라톤대회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한 영국 출신 유튜버가 인공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평양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유튜브 캡처)
평양 국제마라톤대회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한 영국 출신 유튜버가 인공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평양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상한 나라"…6년 만에 평양 찾은 외국인들의 시선에 담긴 北

마라톤 참가자들은 평양에 머무는 동안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있는 만수대언덕에 올라 헌화하고, 평양 지하철을 타보고, 강동온실농장을 견학했습니다. 또 저녁에는 대동강맥주집에서 북한이 '최고의 맥주'라 자랑하는 맥주도 한 잔 마셨습니다.

일정을 들여다보면 북한이 얼마나 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가 보입니다. 강동온실농장은 지능형 농장인 스마트팜으로 북한이 공들여 짓고, 또 자신들의 발전상 중 하나로 선전하는 곳이고, 대동강맥주집이 있는 림흥거리도 지난해 완공된 '평양 뉴타운' 중 한 곳입니다. 또 아직 개원도 하지 않은 평양종합병원도 기꺼이 보여줍니다.

실제 평양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즐비한 고층빌딩을 보며 생각보다 '현대적인 도시'라며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또 북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을 것 같은 인공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맞춰 입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여행자로서 충실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본문 이미지 - 평양 국제마라톤대회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한 영국 출신 유튜버가 기념품 상점을 둘러보고 있다. (유튜브 캡처)
평양 국제마라톤대회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한 영국 출신 유튜버가 기념품 상점을 둘러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들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유난한 관심을 보였는데요. "김정은을 만난 적 있나", "영국의 정치인은 늘 바뀌는데 북한은 어떤가", "김정은의 딸을 아느냐", "그녀가 다음 리더가 될 것 같냐", "좋아하는 책이 무엇이냐" 등 가이드는 물론이고 관광지 안내원, 지하철에서 마주친 학생에게도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느냐 못지않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한 나라', '외부 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곳', '충격적인 첫인상' 같은 이들의 후기로 미뤄, 마라톤이나 관광 그 자체보다는 '북한을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방북의 진짜 동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폐쇄성 고집하면 관광산업도 미지수…비용 등 현실적 문제도 고려해야

북한은 평양마라톤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후기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당장 6월엔 김정은 총비서의 역점 사업인 강원도 원산의 갈마해안관광지구가 개장을 앞두고 있어 그때까지 내부적인 정비를 거친 뒤 점차 외국인 관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이 체제의 폐쇄성을 계속 이어간다면 아무리 관광 인프라를 건설해도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 지적합니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자유시간이 없는 통제를 감내하면서 오로지 호기심으로만 북한을 여행하려는 외국인은 많을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본문 이미지 - 북한의 뉴타운 림흥거리의 대동강맥주집을 찾은 여행 유튜버. (유튜브 캡처)
북한의 뉴타운 림흥거리의 대동강맥주집을 찾은 여행 유튜버. (유튜브 캡처)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이번 5박 6일 평양 관광에 외국인들이 지불한 비용은 인당 2195유로(약 340만 원)인데요. 아직 북한이 제대로 된 관광 상품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여행지에 비해 높은 경비를 요구한다면 그만큼 매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북한이 동남아와 비교해 휴양지로서 인프라와 경관이 빼어나느냐, 한국과 일본에 비해 쇼핑, 관광, 식문화 경쟁력이 있느냐는 말이 나옵니다.

북한은 지난해 2월부터 '우방국'인 러시아인의 단체 관광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요. 정작 작년 한 해 북한을 찾은 러시아 관광객은 881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신청자 부족으로 북한 관광 상품이 철회된 일도 있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긴 하나, 인구가 많고 소득이 높아 관광에 대한 욕구가 높은 지역은 극동이 아닌 1만㎞ 이상 떨어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있는 서부 지역이어서 북한 방문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 때문에 비슷한 문화적 요건과 이동 비용 등을 감안하면 결국 중국 관광객 유치가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지만 중국인의 북한 관광도 한계는 있습니다. 북·중 관계에 따라 부침이 크다는 점인데요, 지금도 북중관계가 소원해 관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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