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울산 앞바다에서 나는 수산물들이 최근 기후 변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어 어민들의 시름이 깊다.
지난 9일 찾은 울산 북구 정자항. 울산의 대표 특산품인 자연산 강동 돌미역이 건조장에 널려있다.
울산의 돌미역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라갔다고 전해질 정도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다.
이곳에서 돌미역을 팔고 있던 김용순 씨는 “작년 같았으면 지금쯤 (수확 작업을) 다 했을 텐데 요즘 들어 파도가 너무 세서 미역이 많이 안 컸다”며 토로했다.
강동 돌미역은 보통 빠르면 3월 말부터 수확하지만, 올해는 미역의 생육 상태가 안 좋아 4월 초부터 본격적인 수확 작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김 씨처럼 북구에서 작업하는 해녀는 140여명. 미역이 잘 자라는 바위에는 최대 40명이 함께 작업한다.
해녀들은 가을마다 자연산 돌미역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바위 닦기’를 한다. 미역 포자가 바위에서 제대로 착생할 수 있도록 따개비나 잡풀 등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잦은 풍랑특보 탓에 바위 닦기를 제대로 못 하면서, 깊게 뿌리를 못 내린 돌미역들이 파도에 떠밀려 간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앞바다의 풍랑특보 발효 일수는 104일로 집계됐다. 2023년 63일, 2022년 67일로 예년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또 고수온에 취약한 미역은 20℃ 이하의 온도에서 생산량이 좋다. 그러나 최근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품질 좋은 미역을 채취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북구가 어촌계를 대상으로 잠정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돌미역 채취량은 2021년 255t, 2022년 220t, 2023년 147t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비슷한 시기 양식 미역은 2021년 116t에서 2023년 119t으로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김재선 북구 정자어촌계장은 이날 뉴스1과 만나 “최근 기후 변화로 동해안 어종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며 “미역뿐만 아니라 대게, 가자미 같은 경우도 어획량이 줄어들어 어민들이 몹시 어렵다”고 설명했다.
어촌계에 따르면 정자항이 산지인 정자대게의 경우, 어획량이 점차 줄어들면서 현재 조업을 하는 어선이 단 한 척만 남은 상태다.
특히 마을 공동 어장에서 채취하는 미역의 경우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불법 해루질로 인한 피해도 크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울산지역 전복, 미역, 뿔소라 등 해루질 절도 건수는 최근 4년간 총 23건 발생했다.
김재선 계장은 “미역이나 전복 같은 경우에는 야간에 문어를 잡는 어업인들이 몰래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며 “야간 시간대 작업을 제한하는 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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