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잔디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선수들이 쉽게 미끄러지거나 땅이 파이는 문제로 '빙상 잔디' '논두렁 잔디'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잔디 상태가 고질적인 문제다.
20일 서울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교체 작업률은 70%에 도달했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FC서울과 대구FC 경기 전까지 복구 작업을 마치는 것이 목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총 잔디 면적은 8740㎡다. 공단은 지난 7일부터 전체 잔디 면적의 약 30%에 해당하는 2500㎡ 이상을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하는 작업 중이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잔디와 인조잔디를 각각 95%, 5%씩 섞어 만든 잔디다. 가로 1m, 세로 10m 크기의 매트 형태 인조잔디에 천연잔디를 파종하면 구조물에 천연잔디 뿌리가 엮여 자라는 방식으로, 잔디 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K리그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로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FC서울의 제시 린가드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움푹 파인 잔디 모습과 함께 골프장 이모티콘을 공유하며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 감독도 공식 석상에서 "가장 중요한 잔디가 받쳐주지 못하면 굉장한 문제"라며 "관리해 주시는 주체분들도 더 책임감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한국 축구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배경에는 날씨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경기장에는 15~24도 사이 선선한 기온에 잘 자라는 한지형 잔디가 깔려있다. 경기장은 지붕이 통풍을 막는 구조로, 지난여름 폭염과 강수에 따른 잔디 손상이 컸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25시즌 K리그1 정규라운드를 역대 가장 이른 2월 22일 개막하기로 결정하면서 잔디 생육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시와 공단은 밝혔다. 당초 조기 개막에 따른 문제를 인지하고 일정을 조율했지만, 축구연맹이 강행했다는 입장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프로축구 FC서울이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경기장을 공연 대관 등에 활용하는 문제도 잔디 손상 원인으로 꼽힌다. FC서울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시설공단에 경기장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공연장 임대료와 비교해 비중이 적기 때문에 경기장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경기장 임대료에 비해 서울월드컵경기장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서트 대관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임영웅 콘서트로 14억 3899만 원, 세븐틴 콘서트로 9억 7758만 원을 벌어들였다. 반면 지난해 잔디 관리 예산은 11억 원에 불과해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공단은 올해 잔디 개선 예산을 33억 원으로 3배 늘리고 잔디 보호를 위해 잔디 위 공연 좌석 판매는 임시 제한하기로 했다. 29일 전까지 잔디 교체 작업을 마치면 비료와 병충해 예방 시약을 뿌리는 사후 조치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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