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정선=뉴스1) 한귀섭 기자 = 4월 중순인데도 쌀쌀한 날씨와 눈, 강풍으로 인해 이제 막 농사를 시작해야 할 강원 지역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30년 넘게 평창 대관령에서 약 20만㎡(6만여 평)의 씨감자를 키우는 김용운 씨(58)는 최근 내린 눈과 날씨로 인해 한숨을 내쉬었다. 고도가 높고 일대 땅이 질척거리면서 밭 상태를 확인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지난해에는 감자 모종을 4월 중순에 심었으나, 올해는 땅이 녹고 다시 고른 뒤인 4월 말이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김 씨 설명이다.
원래대로라면 8월 20일부터 수확을 하지만 이대로라면 9월 말이나 9월 초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또 기존보다 모종을 늦게 심고 늦게 나면서 기후 영향으로 인해 감자가 제대로 크지 않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보다 제값을 받기 힘들 수 있다.
김 씨는 "날씨가 갈수록 변덕스럽다. 예전에는 3월 말까지 춥다가도 4월 들어가면서 날씨가 풀렸는데 요즘은 도저히 가늠이 힘들다"면서 "이대로라면 원래 감자 심는 기간은 넘을 것 같다. 날씨에 따른 땅 상황을 본 뒤 언제 감자를 심을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선 임계면 해발 500m에서 17년째 사과 1만㎡(약 3000평)를 키우는 김건영 씨(70)도 추위와 눈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과는 이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준비를 해야지만 건영 씨 과수원엔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있었다. 사과는 대개 추석 전에 수확돼 선물과 제수 등으로 팔린다.
건영 씨는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일단 날씨가 조금씩 풀린다고 하니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며 "기온이 앞으로도 낮아지면 생육에 큰 지장이 올 수가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까지 강원도에선 최근 내린 눈과 추위, 강풍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다.
도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각 시군에 농작물 피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나 현재까지 들어온 것은 없다"며 "시군과 협력해 농작물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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