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80대 남성이 작년 한 버스정류장에서 여성청소년의 허벅지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82)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등에 대한 각 3년간 취업제한도 명했다.
A 씨는 작년 9월 28일 오후 7시 30분쯤 강원 원주시 한 아파트 주변 버스정류장에 있던 15살 B 양에게 다가가 길을 물어보며,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손등으로 반바지를 입은 B 양의 양쪽 허벅지를 쓸어내리듯이 만지는 수법으로 범행한 혐의다.
A 씨 측은 수사기관에서 '손녀딸 같았고, 아무런 뜻이 없이 건드리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재판에선 '대화과정에서 손등이 다리에 스친 것일 뿐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상당기간 원주에서 살았고, 당시 정류장에 버스노선이 표시돼 있던 것으로 판단, 사건당시 A 씨와 B 양이 대화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재판부는 사건당시 B 양과 그의 친구들의 복장에 주목했다. 사건당시 B 양은 허벅지가 드러난 짧은 반바지를, 함께 있던 다른 친구들이 긴바지나 허벅지를 덮는 바지를 입었는데, A 씨가 유독 B 양 쪽에서만 허리를 숙였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증인들의 법정진술과 B 양 진술이 부합한 점 △B 양 어머니의 신고가 이어지기까지 다른 의도나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점 △당시 중학생인 B 양이 일면식이 없던 A 씨를 무고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친구들로부터 질문에 대한 답을 받았음에도, 대화를 끝내거나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접근이 오로지 노선을 묻기 위해서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손짓을 사용해야 했던 이유도 특별히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동종범죄를 포함한 다수의 형사 처벌전력이 있고,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불쾌감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추행의 정도나 유형력 행사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 재판 선고 후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이에 따라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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