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미역이 이렇게 떼로 밀려든 건 처음 보네, 아이고."
16일 오전 말등대로 유명한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은 검붉은 죽은 미역으로 '무덤'을 이뤘다. 바위에 붙어있다 떨어진 미역이 밤사이 몰아친 강풍과 파도에 해변으로 물밀듯이 떠밀려온 것이다.
작업자 여럿이 곡괭이를 들고 보기만 해도 무거운 물먹은 미역들을 쓸어 모으면 다른 바다지킴이들이 손으로 일일이 집어 들어 포댓자루에 한가득 집어넣었다. 백사장에 쌓여있는 자루를 일일이 세기도 불가능할 정도였다.
제주시 바다지킴이들과 공공근로자 2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팔을 걷어붙여 미역과의 전쟁에 나섰다. 오전 중에 수거한 미역만 약 2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욕장과 쓰레기 집하장을 오간 1톤 트럭도 20~30대에 달한다.
박재범 작업반장은 "3년 동안 여기서 지킴이 활동을 했지만, 미역이 이렇게나 어마어마하게 떠밀려온 건 처음 본다"며 "치우는 중에도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미역이 말라가면서 날벌레 떼가 일어 백사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던 시민과 관광객들은 발길을 급히 옮겼다.
바다지킴이들은 이날부터 유독 오른 기온 탓에 미역에서 악취가 풍길 새라 허리 펼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래 같았다면 귀하고 비싼 제주산 미역이겠지만, 이렇게 백사장까지 올라온 미역은 달라붙은 모래와 벌레 탓에 식용으로 쓰기도 어렵다. 시는 미역을 인근 집하장으로 옮겨 건조한 뒤 가루화해 농가 퇴비로 사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바다지킴이 A 씨는 "어제는 괭생이모자반이더니 오늘은 와보니 미역이 산더미"라며 "저쪽에 아직 치우지도 못한 괭생이모자반이 쌓여있는 거 보이냐"고 말했다.
A 씨 말처럼 전날에는 봄철 제주 바다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괭생이모자반'과 이미 한차례 전쟁을 치렀다. 전날 수거한 괭생이모자반만 7~8톤에 달할 정도다.
괭생이모자반은 중국 연안에서 발생해 봄철인 3~6월 제주로 밀려와 경관을 해치고, 선박 스크루에 감기거나 양식장 그물 등에 달라붙어 인명·재산 피해까지 일으킨다.

올해는 예년보다 이르게 지난 1월부터 제주로 밀려들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 반장은 "매해 봄이면 반복되는 괭생이모자반에 오늘은 미역까지 더해진 것"이라며 "수거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제주 괭생이모자반 수거량은 2020년 5186톤에 이어 2021년 9756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2년(412톤), 2023년(201톤)에는 대폭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921톤으로 다시 증가했다.
도는 괭생이모자반 종합대책반을 꾸려 예찰 및 유입 조사에 나서는 한편 해상과 해변에서의 신속 수거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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