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빚이 많았다."
25년 간 광주 광산구 1500세대 아파트 경리를 맡아 오던 A 씨(48·여).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아파트 시설 교체와 보수에 필요한 장기수선충당금에 눈독을 들였다.
오래 근무한 탓에 이렇다 할 감시가 없고 인터넷 뱅킹으로 홀로 경리 업무를 해 모든 권한은 본인에게 있었던 점을 노렸다.
계획은 실행으로 옮겨졌다.
장기수선충당금을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고, 기록이 남는 받는 사람 이름은 교묘하게 바꿨다.
한 번 시작한 일탈은 더욱 과감하게 계속됐고 야금야금 아무도 모르게 10개월 간 지속했다.
결국 그는 37회에 걸쳐 7억 원 상당의 거금에 손을 댔다.
통장에 남은 돈이 3000만 원 뿐이었던 이달 5일, 그는 남은 돈 전부를 인출한 뒤 잠적했다.
A 씨가 출근하지 않자 관리사무소의 다른 직원이 그의 업무를 대신하기 위해 은행을 찾아 장기수선충당금 통장 내역을 확인했다.
통장에 남아있는 잔액은 '0원'.
관리사무소 측은 그제서야 A 씨가 돈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찰에 고소했다.
그사이 A 씨는 휴대전화를 끄고 가족과의 연락도 끊은 채 경기도 행을 택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인출해 온 현금으로 방을 얻었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도 마련했다.
그러나 그의 도피 행각은 오래 가지 못 했다.
경찰은 출국 금지 조치와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형사기동대까지 투입하며 점점 수사망을 좁혀왔다.
결국 그는 잠적 16일 만에 경기도 시흥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A 씨가 쓰고 남긴 현금 780만 원을 회수했다.
A 씨는 "빚을 갚을 돈이 필요해 관리비를 빼돌려 갚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범행 경위와 추가 횡령, 은닉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