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박지현 기자 = 주말 광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각각 열리면서 금남로가 두 쪽으로 갈라졌지만,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는 중심부에 있는 흥국화재 빌딩을 기준으로 보수단체와 광주 시민단체로 나뉘었다.
금남공원까지는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인 '세이브 코리아'가 윤 대통령의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개최했다.
반대로 5·18민주광장까지는 광주 17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이 윤 대통령의 탄핵 촉구와 함께 내란 세력 척결을 위한 '제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두 집회에는 각각 1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찰은 진영 간 혹시 모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 지점에 기동대 버스를 세워 완충 지대를 만들었다.
각 단체의 무대 양 끝단에는 1톤 트럭을 세워 놓고 통행 일부를 차단했다.
성향이 다른 집회 특성상 기동대 20여개 중대 등 가용 인력이 총동원됐고, 인도 방면에는 방패를 든 경력이 배치되고 인간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래쪽에선 탄핵 반대, 위쪽에선 찬성을 외치면서 이날 1980년 군사 정권에 맞서 싸우던 금남로는 완전히 갈라졌다.

보수단체는 예배 형식으로 오후 2시부터 기도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유튜버와 청년들이 단상에 올라 윤 대통령의 계엄이 정당했다 등의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
회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 화답하며 "탄핵 반대"와 "석방하라"를 외쳤다. '이재명 구속'이라 적힌 팻말을 흔들기도 했다.
'탄핵 무효'와 '부정 선거 국회해산'이 적힌 어깨띠를 차거나 보수를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된 모자, 목도리, 상의 등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서울을 비롯대 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참가 인원은 주최 측이 신고한 1만 명을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보수 진영 스피커 역할을 하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단상에 오르자, 참석자들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전한길 씨는 윤 대통령의 12·3비상계엄 선포를 '계몽령'이라 표현하며 "윤 대통령은 억울하게 구치소에 갇혀 있다"며 "정당한 선거에 의해 당선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아예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건 대통령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반국가적인 일이다. 윤 대통령을 즉각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5년 전 1980년 광주시민들은 이 금남로에 모여 독재에 맞서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피를 흘리고 희생했다"며 "이날 집회를 열 수 있었던 건 신군부 독재에 맞서 싸운 정의로운 광주시민들의 투쟁과 희생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탄핵을 촉구하는 '윤석열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오후 3시 풍물놀이와 자유 발언 등으로 문을 열었다.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국민이 이긴다' 등의 팻말과 함께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의 탄핵와 함께 내란 세력 척결을 촉구했다.
'파면'이 적힌 명패를 모자에 달고 오거나 기아타이거즈 응원봉 등을 힘주어 흔들며 의지를 다졌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 양부남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신정훈·정청래·민형배 의원 등도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고, 주최 측은 참가 인원을 2만 명으로 추산했다.
강기정 시장은 "12·3비상계엄은 12·12쿠데타와 쌍둥이다"며 "헌법을 부정한 사람들은 집회의 자유가 없다"고 보수단체를 비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내란 세력이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를 점령해서 되겠느냐. 저들(보수단체)에게 광주를 내줄 수 없다"며 "불의한 내란세력을 척결하고 반드시 승리하자"고 말했다.
반대파 전한길 씨에 맞서 역사바로잡기연구소 소장이자 역사 유튜버인 한국사 강사 황현필 씨도 단상에 올랐다.
광주에서 태어나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고 말문을 연 황 씨는 "당시 금남로에서 많은 열사가 쓰러졌다. 민주주의는 광주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며 "민주주의 대표 도시인 만큼 얼마든지 자유를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집회를 하는 건 홀로코스트 나치 추종자가 집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에 온 보수단체)저 사람들은 극우가 아니다. 극우는 순혈주의, 자국 국가이익만을 추구하고 애국심을 동반하지만 저들은 친일 매국 세력이자 독재 추종 세력"이라며 "국민들과 함께 독재 추종 세력이 더이상 큰소리치지 않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우리 사명"이라고 단언했다.

두 단체는 충돌 없이 집회를 마무리했지만, 두 쪽으로 갈라진 금남로를 본 광주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구에서 온 서 모씨(65·여)는 "광주시민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계엄령을 내린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할 수 있나 의문이 든다"며 "전세버스를 타고 왔다가 우르르 다시 버스를 타고 가는 게 대다수가 타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행준 씨(69)는 "20대 시절 5·18을 겪었다. 당시 서슬퍼런 군홧발에 떨었는데 어떻게 금남로에 나와 그러한 세력을 옹호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