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뉴스1) 이성덕 기자 = "오줌줄 찬 상태로 경로당에서 자고 있어요."
2일 오전 8시 경북 의성군 단촌면 화리1리 경로당에서 만난 정순은 씨(68·여)가 오줌주머니가 든 비닐봉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걸음걸이가 불편해 전동스쿠터에 몸을 맡기는 정 씨는 "남녀를 구분해 잠을 자고 있지만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니까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며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데 삼시세끼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었을 적 먹고살려고 자식 다섯을 데리고 강원도 등 안 가본 데가 없다"며 "자식들 모두 결혼시키고 평생을 바쳐 남은 돈으로 집 한 채 마련했는데 불길에 폭삭 무너졌다"고 했다.
경로당에서 만난 B 씨는 "처음엔 무너진 집을 허물어 그 위에 임시주택을 설치해 주겠다는 방안이 나왔는데 좁은 골목길로 장비 진입이 어려워 무산됐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지자체가 임시주택을 설치하기 위해 공터를 찾고 있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라며 "공터지만 땅 주인들이 무상으로 내줄 일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땅 주인을 설득하기 위해선 일부 사용료를 지불하는 등 혜택을 주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샤워 공간이 불편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차로 5분가량 떨어진 대중목욕탕을 이용하고 있다. 날마다 허송세월하며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C 씨는 "집이 한순간에 불타난 뒤 집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김치랑 밥 한 공기라도 내 집에서 먹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기준 경북 산불 피해 주택은 영덕 1519채, 안동 1230채, 청송 770채, 의성 357채, 영양 110채 등 3986채로 잠정 집계됐다.
경북 북부권의 대형 산불로 한때 대피 주민이 3만6977명에 달했지만, 3만3702명이 귀가하고 집을 잃은 3275명은 경로당 등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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