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뉴스1) 정우용 기자 =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각 지자체가 수십번씩 문자로 전파한 주민대피 시스템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0일 경북도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번 산불로 영덕 9명, 영양 7명, 안·청송 각 4명, 의성 2명 등 추락 헬기 조종사 포함 2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 대다수는 70세 이상의 고령자로 급속히 번진 산불로 대피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지 못했거나 급하게 대피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문자 기반 재난경보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불이 번진 5개 지역은 모두 인구 감소지역이며 경북에는 22개 시군 중 15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한다. 이들 인구감소지역에는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오래전부터 진행됐고 농촌지역 정주 인구의 대부분이 공무원 등을 제외하면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문제는 70대 이상 고령층은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휴대전화 사용에 익숙치 않고 노안과 난청 등으로 눈이 어둡거나 귀가 잘 안들려 문자가 도착해도 잘 듣지 못하고 읽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영양의 한 70대 주민은 "눈이 어두워 봐도 읽지를 못하는데 문자가 무슨 소용이냐. 휴대전화는 아들과 전화할 때 외에는 거의 안쓴다"며 "마을 이장과 동네 사람들이 알려줘서 우리 동네에 산불이 번진줄 알았고 이장 도움으로 대피소로 왔다"고 말했다.
또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중 3G 서비스 가입자는 올해 1월 기준 52만8335명으로 전체 가입자(5693만 명)의 1%가 안되지만 이들 대부분이 고령층이고 3G폰은 기술적인 문제로 재난문자를 수신할 수 없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북 지역의 고령화율이 높아, 문자 기반 재난 알림은 실제로 전달력에 한계가 있다" 며 "특히 노안이나 문자 해석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의 경우, 반복되는 재난문자는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 정전으로 인해 이번처럼 통신이 두절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문자 안내는 무용지물이 되는데 TV나 라디오와 같은 전통 매체를 활용한 방송 기반 경보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을 방송, 음성 안내 문자, 사이렌 등 다채널 경보 체계 도입이 절실하다" 며 "특히 음성으로 재난 상황을 안내해주는 보이스 시스템은 고령층에게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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