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현대 조각의 세계적 거장 '론 뮤익'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아시아 최대 규모로 펼쳐진다.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C)과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론 뮤익의 창작 시기를 대표하는 조각 작품들과 함께 스튜디오 사진 연작과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 등 총 24점을 소개한다.
10일 국립현대미술관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찰리 클라크 론 뮤익 스튜디오 큐레이터, 키아라 아그란데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큐레이터,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참석해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30여 년 작품 여정을 설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홍이지 학예연구사는 "론 뮤익은 현대인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취약함, 불안감 같은 내면의 감정과 존재론적 성찰을 담아내는 작가다"며 "그의 작품을 통해 현대 조각의 흐름과 변화와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고 밝혔다.
5전시실에서는 1998년 첫 소개된 '유령'을 비롯해 그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젊은 연인', 실제 크기의 약 4배되는 작가의 자화상 '마스크 II', 암탉과 중년의 남성이 마주하여 팽팽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치킨 / 맨', 침대에 누운 거대한 인물로 가로 6미터가 넘는 대형 작품 '침대에서' 등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작품 '매스'다. 인간의 해골을 돌무더기처럼 가득 쌓아올린 이 작품은 오늘날 전쟁, 전염병, 기후 위기, 자연재해 등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6전시실에서는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창작 과정과 예술가로서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의 작업실 사진 연작, 그리고 다큐멘터리 2편을 선보인다.
론 뮤익의 작품은 실제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외형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며 시대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만드는 게 특징이다. 표정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가 다 의미를 담고 인간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전달한다.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에서 활동해온 작가다. 조각 매체의 재료, 기법, 표현 방식 등 다양한 방면에서 조각 장르의 확장을 이끌어내며, 현대 조각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해 왔다. 놀랍도록 정교하고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조각적 테크닉과 표현력은 그의 인간에 대한 통찰과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인체 조각'으로만 9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탐구해온 론 뮤익의 작품세계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총망라해 선보이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현대 조각 거장의 작품들 속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사색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경험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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