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오르간을 처음 연주한 순간 단 7초 만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파이프오르간 여왕' 이베타 압칼나(49)는 오는 4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최근 국내 언론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오르간과의 첫 만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오르간에 단숨에 매료돼 "'그래, 이게 바로 내 악기야'라고 생각했다"며 "마치 물고기가 물속을 헤엄치는 것처럼, 저는 오르간을 연주하며 자연스러움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라트비아 출신의 이베타 압칼나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오르가니스트로 꼽힌다. 2005년 오르가니스트로서는 최초로 '올해의 악기 연주자' 부문에서 세계적 권위의 에코 클래식 상을 받았다. 2017년부터 독일을 대표하는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홀의 상주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이베타 압칼나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4월 2일엔 롯데콘서트홀, 5일에는 부천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4년 전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연주회가 취소된 바 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흐부터 자국 라트비아 출신의 현대 작곡가 페테리스 바스크스까지 폭넓은 프로그램을 들려줄 예정.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중 파사칼리아로 시작해 △바흐의 '음악의 헌정' 중 6성부 리체르카레 BWV1079 △바흐의 샤콘느 BWV1004 △구바이둘리나의 '빛과 어둠' △바스크스의 '순백의 전경' 등을 연주한다.

관객이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하면 좋을 점에 관해 묻자,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감상법은 열린 마음을 갖고 와서 오르간 음악이 줄 수 있는 깊이와 감정의 바다에 몸을 맡기는 것"이라며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느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이번에 20세기 작곡가들(쇼스타코비치, 구바이둘리나, 야나체크)의 작품과 바흐 곡이 함께 연주되기에, 이 조합이 다소 이색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음악에서 '바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프로그램이 될 거예요. 바흐는 어디에나 있거든요!"
이베타 압칼나는 이번 2일 무대에선 오스트리아 리거(Rieger) 사가 제작한 파이프오르간을, 5일엔 캐나다 카사방 프레르(Casavant Freres) 사의 오르간을 연주한다. 파이프오르간은 디자인과 건축물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세상에 같은 악기가 한 대도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오르가니스트가 새로운 공연장에 설 때면 오르간을 탐색하는 과정은 필수다.
그는 이에 대해 "모든 콘서트 오르간은 매우 개별적이고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콘서트 오르가니스트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각 오르간의 영혼과 개성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특정 오르간에서 연주할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데 적어도 8시간이 필요하다"며 "모든 음색을 찾아내고 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섞을지 탐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작업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새로운 오르간을 탐험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그는 밝혔다.
처음 만나는 한국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뭘까.
"모든 공연은 단 한 번뿐인 경험이므로, 그 순간의 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열린 마음과 열린 귀만 갖고 오시면 됩니다. 그러면 누구나 자신만의 하이라이트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