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문학 작품을 해외에서 낼 때 절정의 문학을 쓰니 마니 하는 게 무슨 소용이에요. 톱클래스 번역가가 훌륭하게 번역 안 해주면 소용없는데. 소설 안에 공자가 들어서도 보여줄 수 없잖아요."
소설 '설계자들'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김언수 소설가는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 호텔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소설가는 "한국에서는 작품의 번역에 대한 지원이나 번역가에 대한 대우가 충분치 않다"며 "그럼에도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한다"고 답답해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문학을 번역하는 일은 한국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어떻게 번역해야 외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단어와 문장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은 번역가만의 일이었다.
능력 있는 번역가를 키워내는 일도 관심 밖이었다. 그러면서도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길 기대했다.
스페인 출판인인 피오 세라노도 "중국, 일본 문학은 19세기 중반에 해외에 알려지고 번역 출간됐는데 '은둔의 국가'인 한국은 1960년대 들어서야 책이 출간될 정도로 늦었다"며 "그나마 최근에야 책방에서 한국문학을 한두 권 찾을 수 있게 됐다"고 현실을 전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많은 번역가들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천천히 한국의 이야기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쌍방향 소통에 기여해온 번역가들의 노력을 그나마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가 16일 발표됐다.
이날 발표된 제17회 번역상 수상자는 한강 '소년이 온다'(Actos Humanos)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윤선미, 김언수 '설계자들'(The Plotters)을 영어로 번역한 김소라, 천명관 '고래'(Кит)를 러시아어로 번역한 이상윤, 김환. 윤선미 번역가에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수여된다.
번역원은 지난해 해외에서 번역 및 출간된 24개 언어권 153종의 한국문학 번역서를 심사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6시부터는 시상식이 열린다.
이들은 한국문학을 번역하는 데에 있어서 작품마다 어려움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선미 번역가는 "한국문학의 특징은 동양화에서도 나타나는 여백의 미학"이라며 "서양문학은 쭉 읽으면 되는데, 한국문학은 문장이 간결하고 여백이 많아 그대로 번역하면 서양독자에겐 초등학생이 쓴 글처럼 읽힌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번역가들이 문장들을 이어주고, 설명을 추가하고, 의미를 해석해서 설명하는 작업들이 추가돼 더 도전적이고 보람이 큰 번역"이라고 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한국문학번역원 공로상 수상자에는 피오 세라노와 최돈미 번역가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로는 영어권 배영재, 프랑스어권 클로에 고티에, 독일어권 마틴 무르지글로트, 스페인어권 박정효, 러시아어권 클리멘코 올가, 중국어권 장기남, 일본어권 이토 마키, 베트남어권 두 티 타인 트엉이 선정됐다.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원과 상패 및 부상이, 한국문학번역원 공로상 및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500만원과 상패 및 부상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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