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국회의 디지털 산업 정책이 시장 자율성을 외면하고 규제에만 집중했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혁신 기술이 급성장하는 동안 정책 실효성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인터넷·플랫폼 정책은 제한이 아니라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해외 시장에서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3일 서울 서초구의 협회 대회의실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인터넷산업규제 백서'를 발간하고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에 발간된 백서는 제21대 국회(2020년 5월~2024년 5월)의 인터넷 산업 규제 입법 과정을 분석했다.
협회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한 인터넷산업규제 입법평가위원회가 입법안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한다. 평가 지표는 산업·기술 이해도, 자율규제 가능 여부, 행정 편의주의 등으로 구성됐다.
백서에서 전문가들은 플랫폼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규제와 진흥 방안이 빠진 접근 방식이 성장하는 산업을 위축시킨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산업 현실 이해 부족 △자율규제 고려 미흡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 △균형성 부족한 과잉 규제를 제21대 국회의 입법 한계로 꼽았다.
한승혜 연구위원은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국회가 플랫폼을 바라보는 철학 없이 부정적인 인식만으로 규제했다고 평가했다"며 "입법을 할 때도 정부 권한 중심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규제 논의 자체가 플랫폼 산업을 위축시킨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21대 국회 임기 4년간 발의된 법안은 총 492건이지만 실제 법률로 반영된 건 19%에 그친다"며 "무조건 많이 반영되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국회 임기 내내 발의안이 계류된 상황은 산업의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산업 지원 방안은 외면하고 폐해에만 집중하는 입법 방식이 토종 빅테크의 성장을 막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성호 협회장은 "제21대 국회의 산업 규제 입법 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에 25.3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형식적인 공청회가 아니라 실질적인 토론을 거쳐서 부정확한 내용은 계속 바로잡는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협회장은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언급하며 국회에서도 여러 위원회와 수차례 토론을 거친 심도 있는 입법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산업은 제약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자율 규제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됐다.
박 협회장은 "경쟁만이 소비자와 경제를 위해 가장 좋은 정책"이라며 "법 규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독과점 기업의 대항마를 양성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젠 규제가 아니라 형성하고 지원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며 "뭔가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회 측에도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박 협회장은 "지난주에 정책 제안서를 각 정당과 주요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며 "앞으로 대선캠프가 꾸려지면 각 대선 후보들에게도 전달하고 산업 현안을 말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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