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HD현대마린엔진(071970)이 HD현대(267250)그룹 편입 이후 8개월 만에 그룹사 물량을 확보했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 효과를 누리는 조선 계열사에 선박 엔진을 적기에 공급해 시너지 창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고객사를 다양화해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발판까지 확보했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져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마린엔진은 지난달 계열사인 HD현대미포(010620)와 1034억 원 규모의 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 그룹 편입 이후 8개월 만에 첫 계열사 계약이다.
HD현대그룹은 선박 엔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STX엔진 인수를 추진했다. 인수 발표 약 1년 후인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에 따라 STX엔진의 지분 35.05%(813억 원)를 확보하고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사명을 HD현대마린엔진으로 변경했다.
HD현대그룹의 엔진 사업은 △HD현대중공업(329180)(대형 선박 추진용 엔진) △HD현대마린엔진(중소형 선박 추진용 엔진) △HD현대엔진(발전용 엔진)으로 꾸려졌다. HD현대 엔진 3사는 기술과 해외 유통망을 공유해 선박 엔진 시장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선박 엔진은 선박 원가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이다. 조선업 호황에 따라 엔진의 밸류체인 확보는 필수다. 시장 성장도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선박 엔진 시장 규모는 매년 5.24%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 187억 5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HD현대마린엔진의 그룹 시너지는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HD현대미포에 이어 HD한국조선해양(009540)과 29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 계약 가능성도 열려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서만 총 27척(43억 1000달러)의 수주를 확보했다. 연간 목표인 180억 5000달러의 23.9% 수준이다.

HD현대마린엔진은 매출처 다각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됐다. 과거 최대 고객사는 중국 기업이었다. 지난해 기준 XIAMEN XIANGYU LOGISTICS GROUP CORPORATION과 Xiamen Xiangyu Co. Ltd로부터 얻은 매출은 총 907억 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74%다. 케이조선(14.45%)과 대한조선(10.6%)이 뒤를 이었다.
그룹사를 제외한 추가 고객사 확보도 계속됐다. 이달 QIDONG XIANGYU SHIPBUILDING & OFFSHORE ENGINEERING CO. LTD와 357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과도 총 2건의 계약으로 1174억 원 물량을 확보했다.
HD현대마린엔진은 다양한 고객사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지난해 선박용 엔진의 생산 가동률은 64.6%로 여유가 있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면 매출 증대 효과뿐 아니라 고정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전망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HD현대 그룹 편입 이후 안정적인 캡티브 물량 확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조선 계열사들과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기반으로 빠른 성장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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