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상호관세에서 제외된 스마트폰, PC 등 전자제품과 부품에 대해 반도체와 같은 품목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전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할 품목으로 디스플레이를 콕 집어 언급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에 디스플레이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트럼프 행정부가 곧 발표할 구체적인 내용을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PC, TV 디스플레이 등 상호관세 면제 품목들은 향후 반도체 관세 범주에 포함될 것"이라며 "이 관세는 미국 내 제조 유인을 위한 특별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은 반드시 미국에서 생산돼야 하고, 이 모든 핵심 부품을 동남아시아에 의존할 수는 없다"며 "해당 품목들은 국가 안보상 반드시 자국 내 생산이 필요한 항목으로 간주해 새로운 관세 체계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주 반도체 품목 관세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디스플레이는 통상 스마트폰, 모니터 등 완제품 형태로 미국에 수출되기 때문에 관세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는 않지만, 완제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간접적으로 수요 감소와 공급단가 인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또 러트닉 장관이 '미국 내 제조 유인을 위한 관세'를 언급한 만큼 미국산 부품 비율 등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완성차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역내 생산부품 비중이 75% 이상이어야 한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전자제품 등에 아무리 높은 관세를 부과해도 미국 내 공장을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가 집중하는 아몰레드(AMOLED) 패널 설계·공정·제조(모듈 조립공정 제외)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해외에 공장을 지으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LG디스플레이가 기술 유출 방지대책 마련 등을 조건으로 중국 광저우에서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할 뿐, 그 외 해외 공장은 모두 패널을 받아 조립해 완제품 고객사에 공급하는 모듈 공장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미국에 OLED 패널 공장을 짓기는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3년 충남 아산사업장에 8.6세대 IT OLED 패널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2026년까지 4조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년간 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설비 투자를 최소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으로, 당분간 OLED 라인 증설 계획이 없다.
인건비가 높고 주요 완제품 생산기지도 없는 미국에 모듈 공장도 지을 유인이 없다. 모듈 공장은 조립과 검사 공정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패널 공장 대비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또 운송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부분 스마트폰, 모니터 등 완제품 공장 인근에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모듈 공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인도 노이다, 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관세를 높여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건 사실상 어렵다"며 "완제품 공장이 다 같이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