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미국발 상호관세 현실화와 정국 불안 장기화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유통업계 '가격경쟁력'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관세와 고환율에 따른 현지 가격경쟁력 하락도 불가피하지만 당장 내수 대응도 어려운 상황이다. 원부자재 수입 비용 부담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차별 초저가 공습의 중국계 유통사의 영향력 확대도 경계 대상이다.
특히 C커머스(China commerce)는 미국 시장 우회로 한국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출혈경쟁이 우려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의 할인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은 그룹 차원의 동행 프로모션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계열사 대형마트는 초저가 할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쿠팡, 11번가 등 e커머스도 사실상 '1년 내내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할인 기획전은 정기적인 프로모션 중 하나의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할인 또는 상시 할인체제로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매출 방어를 위해 행사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예년과 비교해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이 1년 상시 할인체제로 전환하면서까지 제살깎기 경쟁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도 있지만 가격 인상 기조가 한몫하고 있다. 유통 구조 재편 중 하나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유통 채널로의 쏠림 현상이다.
여기에 중국발 e커머스의 초저가 공습이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자본력과 현지 생산력으로 패션, 뷰티에 이어 신선식품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경쟁에서 C커머스까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더 싸게' 경쟁에 생존이 달렸다"면서 "소비 침체에 할인 등 가격 출혈경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생필품 등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과 컨트롤타워 부재 속 규제 공백 틈을 탄 C커머스가 미국 관세를 피해 한국 내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중국발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대해 면세 정책을 폐지하면서 한국 시장에 공들일 공산이 커진 셈이다.
자본력의 C커머스가 투자를 확대하고 나선 반면, 토종 e커머스는 티메프와 홈플러스, 발란 등 유통 투자 위축으로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에이블리 등 중국 자본의 투자에 따른 '중국 종속' 우려도 나온다.
알리의 경우 CJ대한통운과 '3일내 배송'을 추진 중이다. 올해 물류센터 오픈도 서두른다. 알리 관계자는 "매출은 우상향으로 특히 재구매율이 높은 신선식품 비중 증가를 의미 있게 보고 있다"면서 "한국 물류센터 운영에 대한 구체화한 계획 발표 시점을 조율 중이다"라고 전했다.
알리와 달리 소극적이었던 테무, 쉬인도 한국 셀러 확보, 포지티브 마케팅 등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쉬인의 경우 중국 내 물류센터의 (타국)확장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물류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과 투자 난항 속에서 중국 기업 종속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면서 "정치적 불안으로 입법, 규제 등 올스톱 상태로, 할인 프로모션 외에는 답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C커머스의 물량과 자본 공세에 국내 유통은 영업이익 하락에도 출혈경쟁에 나서야 하는 사면초가"라면서 "한국 시장 장악이나 우회 수출 극대화 전략으로 '플랫폼 건설'을 목표로 할 것으로 예상돼 자본 종속이 우려되며 불공정 거래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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