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울리는 대규모 유상증자…"미래 투자 vs 밸류다운" 온도차

기업 "신사업 투자·경쟁력 강화 위해 유증 불가피"
주주 "기업가치 훼손…차입·회사채 발행 먼저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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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미래 투자 vs 밸류 다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 등 기업들의 잇따른 대규모 유상증자에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상증자(유증)는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권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신규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미래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지만, 주주들은 불만이다. 유증을 하면 주주 지분율이 희석돼 '밸류 다운'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 6000억 유증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주가가 13.02% 떨어졌다. 약 5년 만에 최대 하락이다. 삼성SDI도 2조 원의 유증 발표 후 18만 6800원으로 하락해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미래 투자 위한 선택…"장기적 주주가치에 도움"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유상증자는 56건, 4조 70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8건) 2조 617억 원, 코스닥(42건) 2조 2616억 원, 비상장사(6건) 3801억 원 등이다.

올해는 이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3조 6000억 원)와 삼성SDI(2조 원)의 유증 규모만 5조 6000억 원에 달한다.

기업들은 대규모 유증에 대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신사업 투자와 기술 경쟁력 확보, 재무 건전성 강화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주식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유증을 단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경우, 전략적 해외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Top Tier)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006400)도 조달한 자금을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유증을 통해 모은 돈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면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도 한화에어로를 유상증자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추진되는 유상증자"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에 대해서도 중점심사 대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은 재무 건전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증은 이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보다 기업에 유리하다. 또 부채가 아닌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재무 구조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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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은 불만…"美 자사주 소각하는데, 韓은 정반대로 유증"

주주들의 심기는 탐탁지 않다. 자금조달 수단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도 가능한 데 꼭 유증을 택했어야 했느냐고 날을 세웠다.

유증의 특성상 주주가 돈을 더 넣지 않으면 지분율이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주주들을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셈이다.

반면 환원은 하지 않다 보니 기업에 대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만 하더라도 증자를 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이 가진 돈으로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는 경우가 많다.

유증을 한다고 해서 기업 실적이 곧바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주식 수가 늘어 주당순이익(EPS)이 줄어든다. 배당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다 보니 주주들에게 유증 소식은 반갑지 않다.

일부에서는 자금동원력이 있는 기업들이 유증을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의 경우, 향후 3년간 6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기대돼 자체 현금흐름으로 3~4년간 3조 6000억 원의 투자가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매년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투자규모임에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은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아쉬울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조달된 자금은 향후 2028년까지 4년에 걸쳐 투자가 집행될 전망"이라며 "연간 투자 목표액은 한 해에 2조 원을 초과하지 않기에 연간 영업이익이 2조 원을 상회하는 동사의 이익체력만으로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존재한다"고 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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